ChatGPT가 왔고 나는 두렵다!

입력
2023.02.04 00:00
22면
ChatGPT를 만든 OpenAI의 로고. AP 연합뉴스

ChatGPT를 만든 OpenAI의 로고. AP 연합뉴스

인공지능이 보이는 퍼포먼스들이 두렵긴 하지만, 내가 종사하는 글쓰기와 이야기 만들기라는 작업이 대체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맥락을 만들고 유지하는 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다. 그 과정을 대체할 정도의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특이점(인공지능이 자기 스스로의 설계를 개선하기 시작한 때)이 도래한 때 아닐까? 그 정도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기에는 이미 걱정할 내용이 너무 많다!

자신만만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닌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ChatGPT가 나왔다! ChatGPT는 인공지능연구소 OpenAI가 만든 인공지능 챗봇이다. 이건 언어 모델 GPT-3.5로 만들어졌는데,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투입되어 지도 학습과 강화 학습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누구나 이 ChatGPT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아무래도 데이터 양에 차이가 있다 보니 영어로 대화하는 편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내놓지만, 그래도 한국어로도 그럴싸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글쎄, 적어도 협동 온라인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대화'를 나눌 때보다는 훨씬 더 대화 비슷한 느낌이 든다.

이 챗봇과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본 다음, 나는 이것이 생각보다 더 말을 잘한다는 것을 느끼고 두려움에 빠졌다. 내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감을 제하고도 말이다.

간단한 쿼리로도 그럴싸한 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나는 인간이 글을 쓰는 능력을 인공지능에 의존하다 보면, 마침내 인공지능에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위임할 것 같아서 불안하다. 이 챗봇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역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챗봇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커다란 데이터 뭉치에 지나지 않는다. 글쓰기가 사유와 깊게 맞닿은 행위라는 것을 생각하면, 누군가는 이 데이터 뭉치에 자신의 사유를 위임하게 되는 것이다.

데이터 자체의 정합성도 문제다. 언더스코어 소속의 연구자인 강태영씨에 따르면, 아예 그럴싸하긴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 논문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그가 제공한 쿼리 'Suggest me the must-read papers on the recommendation algorithm bias and filter bubble on media consumption(매체 소비에서의 추천 알고리즘 편향과 필터 버블에 대해 꼭 읽어야 하는 논문을 알려줘)'를 입력하면 ChatGPT가 제목은 그럴싸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마구 토해낸다. 보르헤스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즐겁긴 한 일이지만, 이런 정보를 오용할 방법은 차고 넘치지 않겠는가? 전문지식의 외양을 쓴 가짜 정보는 공론장의 재앙이다.

뭐, 다행인 점이 있다면… 앞서 이야기했지만, ChatGPT의 한국어 답변은 극도로 미숙하다. 아마도 절대적인 데이터의 부족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네이트 판 스타일로 MZ세대와 586세대의 갈등을 부추길 만한 이야기를 써 줘' 같은 요구를 해봐야(챗봇 정책 때문에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지도 않지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할 뿐이다. 사용하는 언어가 고유한 덕에 인공지능의 오남용에서 살짝 비켜설 수 있으니, 역시 세종대왕께 감사해야 할까?


심너울 SF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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