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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식 요금할인 대신 주택개조 지원...사뭇 다른 미국·유럽 난방비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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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에너지효율 개선에 최대 4,000달러(약 490만 원)를 지원합니다. 돈을 절약할 방법을 알아보세요."
미국 백악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소개 문구다. 그간 국내에선 IRA를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이 법안엔 이름처럼 물가상승에 따른 민생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들이 담겨 있다. 난방비를 비롯한 에너지 비용 절감은 그 핵심이다.
2일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가 분석한 국가별 가스요금에 따르면 국제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따른 물가 상승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가스요금은 2021년 초와 비교해 약 30~60% 정도 인상됐다. 미국도 약 18.1% 올랐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에너지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 전쟁 장기화와 중국 천연가스 수요 확대 등으로 에너지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주택 난방효율을 높이고 난방 방식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는 데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IRA 법안에 따르면 주택 전체의 난방효율을 개선하는 데 저소득층 기준 최대 8,000달러가 지원된다. 가스 대신 전기로 냉·난방을 하는 히트펌프로 보일러를 바꾸면 보조금 2,000달러가 지급되며,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 주택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유럽 국가들도 단열 기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난방에 투입되는 가스량을 애초에 줄이겠다는 취지다. 독일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총 563억 유로(약 76조4,000억 원)를 투입해 건축물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을 지원한다. 네덜란드도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250만 호의 주택을 대상으로 단열 개선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네덜란드 총가구수의 약 30%에 해당한다.
물론 유럽 국가들도 급격한 가스가격 상승에 맞춰 보조금을 지급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바우처 인상과 비슷해 보이지만 내막은 사뭇 다르다. 국가 재정으로 긴급 지원하는 영국·독일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국가스공사의 운영비로 요금 할인 비용을 처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스공사의 부채가 더 쌓여 향후 부작용이 예상된다. 가스공사의 미수금(가스를 낮은 값에 팔아 생긴 영업손실)은 지난해 말 기준 9조 원에 달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요금 할인은 결국 나중에 소비자들에게 청구될 금액"이라며 "급격한 난방비 상승으로 인한 지원은 정부 재원으로 하되 가스가격 자체는 시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정책도 참고할 만하다. 독일은 전년도 가스 사용량의 70~80%에 대해서만 요금을 할인해주고, 그 이상을 사용했을 경우 인상된 가스요금을 그대로 적용한다. 주택과 기업의 에너지 사용 절감을 유도해 시장 수요를 조절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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