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의 정당한 이유

정리해고의 정당한 이유

입력
2023.02.03 04:40
25면

편집자주

변호사 3만 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 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근로기준법 제24조는 사용자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는 '정리해고'의 요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라고 한다. 사용자는 정리해고를 하려면 ①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②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③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고, ④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위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정리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거나,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았거나, 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이 있을 경우 부당해고로 될 가능성이 크다. 부당해고로 인정되면 근로자는 원직복직(原職復職)과 부당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예컨대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였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과 희망퇴직의 활용, 전근 등 사용자가 해고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의 정도,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8두44647 판결).

최근 연일 뉴스 기사로 보도되고 있는 대규모 '희망퇴직'도 상당 부분 이러한 사용자의 '해고회피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해고가 아닌 방식의 인원감축 노력, 배치전환, 업무중단 및 감소, 경영방침의 변화, 작업방식의 합리화, 경영진 교체, 임금동결 및 삭감, 복리후생 감소 등 사용자는 한 가지 방법뿐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소멸하지 않았을 때 최후 수단으로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전후하여 다수의 직원과 임원을 신규로 채용했거나, 정리해고 직후 임금을 많이 받는 고위직 승진인원을 대폭 늘렸다거나, 정리해고 진행 중에 성과급 규모를 늘렸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용자는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위 대법원 판결 참조).

정리해고에 위와 같이 엄격한 요건이 규정된 이유는, 정리해고의 법적성질이 근로자의 '귀책사유' 없는 해고이기 때문이다. 즉 근로자의 일신상의 사유나 징계사유에 따른 해고와는 달리, 정리해고는 자본주의 사회의 경기변동, 경기침체, 경영부진 등 사용자의 경영상 이유에 따른 것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다수 근로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곧장 정리해고로 이어지는 것은 부당해고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며,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가능한 한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그리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에 대하여는 근로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정리해고의 절차적 요건으로 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가 규정된 취지는 정리해고의 실질적 요건의 충족을 담보함과 아울러 비록 불가피한 정리해고라고 하더라도 협의과정을 통한 쌍방의 이해 속에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53949판결).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이러한 해고회피 노력 없이 정리해고를 하였다면 노동위원회 및 법원에서 부당해고를 다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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