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사망' 친모, '바꿔치기' 무죄... 원심 깨고 집행유예 감형

입력
2023.02.02 15:37
수정
2023.02.02 17: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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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징역 2년·집유 3년 선고
숨진 여아 숨기려 한 혐의만 인정
친딸이 낳은 딸 행방 영구 미제로

지난해 8월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친모 석모(가운데)씨가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김천=뉴스1

지난해 8월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친모 석모(가운데)씨가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김천=뉴스1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친모에게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적용돼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아이를 바꿔치기 한 혐의는 무죄가 나와 친모의 딸이 낳은 아이 행방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구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이상균)는 2일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 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50)씨에 대한 파기환송 재판에서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체은닉 미수 혐의는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미성년자 약취 혐의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낳은 A양과 친딸 김모(24)씨가 낳은 B양을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약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석씨는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경북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친딸인 김씨가 출산한 여아 B양을 자신이 출산한 A양과 바꿔치기해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1년 2월 딸 김씨가 살던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기에 앞서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 한 혐의도 받았다.

사건 초기 석씨는 경찰에 자신을 A양의 외할머니로 소개했다. 하지만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진행한 유전자(DNA) 검사 결과, A양 친모는 전부 석씨로 확인됐다. 그는 재판에서 A양을 낳지 않았고, 바꿔치기도 하지 않았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1ㆍ2심 재판부는 석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에게 적용된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지난해 상고심에서 “유전자 감정 결과 변사 여아가 석씨와 친자관계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공소가 제기된 일시ㆍ장소에서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동기와 방법으로 바꿔치기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심리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0일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석씨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 범행을 뉘우치지 않는다”며 원심과 같은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법원이 바꿔치기 혐의에 최종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김씨 딸이 낳은 B양의 행방은 장기미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알려진 뒤 경찰은 영ㆍ유아 위탁기관 등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했으나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동생을 자신의 딸로 알고 키우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딸 김씨는 1ㆍ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데구=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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