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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엔 원래 밥이 없었다고?

입력
2023.02.02 19: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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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마사카츠 '식탁 위의 일본사'

초밥. 게티이미지뱅크

초밥.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인 초밥, 즉 스시에는 원래 밥이 없었다. 생선을 소금에 절인 뒤 밥과 함께 눌러서 밥을 발효시켰다가 생선이 숙성되면 밥을 떼고 먹었다. 생선을 멀리까지 운반하기 위해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나온 음식이었다. 무로마치 시대(1336~1573년) 후기에 이르러 발효 기간을 줄이고 밥이 뭉그러지기 전에 꺼내 발효된 밥과 생선을 함께 먹는 ‘나마나레’가 일반화하면서 오늘날 스시 형태가 자리 잡게 됐다.

일본 역사학자 미야자키 마사카츠가 쓴 ‘식탁 위의 일본사’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재료와 요리에 얽힌 이야기를 역사와 함께 풀어내는 책이다. 스시, 우동, 낫토, 스키야키 등의 변천사를 통해 일본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를테면 일본 음식에서 해산물과 채소에 비해 육류 요리가 다양하지 못한 건 불교 문화와 관련이 있다. 675년 덴무 일왕이 육식금지령을 내린 뒤 1,200년 동안 육식을 멀리하던 옛 일본인들은 첫 미국 영사관이 개설된 시모다에서 미국인이 소를 도축하면서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재조합'을 통해 음식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장국에 어묵과 무, 곤약 등을 넣고 끓인 요리인 오뎅도 두부 요리에서 출발한 뒤 재조합을 거쳐 탄생했다. 두부를 꼬치에 꿰어 구운 뒤 된장을 발라 먹던 덴가쿠의 재료가 곤약으로 바뀌면서 요리 방식도 구이에서 삶기로 바뀌는 재조합의 과정을 거쳤다. 오뎅이란 명칭은 접두어 ‘오’를 붙인 오덴가쿠를 줄여 쓴 것이다.

식탁 위의 일본사·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류순미 옮김·더봄 발행·264쪽·1만7,000원

식탁 위의 일본사·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류순미 옮김·더봄 발행·264쪽·1만7,000원

외국의 음식과 일본 문화가 재조합한 음식도 많다. 미소라고 불리는 일본 된장은 660년 백제 멸망 후 많은 백제인들이 일본으로 이주하면서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며, 일본식 두부튀김인 간모도키는 이슬람의 튀김 과자에서 영향 받은 포르투갈 음식이 변형된 것이다. 스키야키와 튀김(덴푸라)도 외국 음식과 일본 문화가 재조합해 나온 요리들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문명, 문화의 에너지원이 되는 ‘재조합’의 훌륭함”을 깨닫기 바란다고 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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