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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속 인류, 기술은 사악해야만 하는가?

입력
2023.02.02 04:30
25면
영화 '아바타 2'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아바타 2'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13년 만에 돌아왔다. 벌써 어벤져스를 제치고 전 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관객 중 일부는 아바타를 보고 나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너무 '지루하고' '진부하게' 느껴져 우울함을 호소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영화 속 판도라 행성의 새로운 부족으로 등장한, 물의 부족 멧케이나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환경이 아름답게 표현됐다. 지구로 말하면 바다 같은 곳이다. 멧케이나 부족은 온갖 아름다운 바다 생물들과 교감하며 조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이 영화는 꼭 3D로 봐야 한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천은 일리가 있었다. 신비하고 아름답게 생긴 다양한 바다 생물들이 손에 잡힐 것처럼 눈앞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은 장관이다. 이들의 모습은 지구의 바다 생물들을 생각나게 한다.

아름다운 장면으로 가득 찬 아바타 2에서 보여주고 있는 인류의 모습은 너무나 불편하다.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비족들과 극명하게 대립되는 인물로 우리가 속한 '인류' 인간이 나온다. 그리고 인간이 행성 지배나 동물 포획, 개인의 복수심 등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모든 수단은 진일보한 기계들이다. 다만,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 조종하고 인간이 로봇 안에 들어가서 직접 운전하고, 미사일을 쏘며 파괴자의 중심에 서 있다. 영화의 배경을 보면, 지구는 살기 어려워지고 인류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다가 판도라 행성을 발견한다. 지구를 잃었음에도 인류는 전혀 배운 것이 없어 보인다. 또다시 파괴를 위해 인류의 기술과 지식을 사용한다.

이런 인류의 모습은 지난해 11월 6일 유엔 기후변화협약(COP27)의 모습과 겹친다. 전 세계는 이미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바다는 하루가 다르게 산성화되어 가고 있다. 대만과 호주의 아름다웠던 산호초들은 백화현상으로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들은 빠르게 녹아서 해수면 상승은 물론 두꺼운 얼음층에 기대어 살고 있는 극지방 생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1월 유럽은 겪어보지 못한 따뜻한 겨울에 당황하고 있고(스페인 19도, 알프스 지역 20도),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눈 폭탄으로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은 강력한 언어로 화석연료 사용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거짓된' 언어로 석탄 사용 '자제'를 부탁하고 '천연가스' 및 '석유'에 대한 통제도 줄을 놓아버린 상황이다.

영화가 보여준 인류의 기술은 파괴만을 담고 있지만 실상 인류가 개발하고 있는 많은 기술은 우리의 의지와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기술과 배터리는 인류를 화석연료에서 해방시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통한 전기차는 인류를 미세먼지를 비롯한 오염물질, 그리고 석유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스마트 전력은 우리의 전력 사용량을 분석해 낭비되는 전력을 최소화할 수 있고, 남아도는 전력 시간대를 분석해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이용하게 유도할 수도 있다.

자연과 대립되는 기술만을 인류의 모습으로 생각하게 하는 영화나 미디어는 이래서 위험하다. 인류의 진일보한 기술도, 미래의 기술도 모두 지구를 기후재난에서 구해 낼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바다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생명체로 가득했다.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를 해결해야 한다. 영화 속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괴를 일삼는 인류의 모습은 현실 속 기술에 대한 맹목적 불안감으로 기후변화 문제 자체를 외면하게 만들 수 있다. 아바타 2를 보며 마냥 멧케이나 족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바다에 집중할 수 없었던 씁쓸함이 여기에 있다.


이현숙 그린피스 동아시아 부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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