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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양자 선택'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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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관한 이야기로 들썩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10월 7일 특정 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기술과 제조 장비, 그리고 관련 인재에 대해 중국과의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고 일본과 네덜란드가 이에 동참하도록 협조를 요구해 왔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에 동참하기로 최종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요청으로 이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로 불리는 10나노미터(㎚) 미만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의 중국 판매를 금지해 왔다. 2019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에 대한 네덜란드 ASML사의 EUV 장비 판매를 취소하도록 네덜란드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장비 수출에 필요한 라이선스 갱신을 거부했고 지금까지 ASML사 EUV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시장이 40~90㎚ 범용 반도체 제조가 중심인 만큼 네덜란드로서도 큰 타격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년 10월 7일에 발표된 미국의 규제조치는 EUV보다 덜 미세한 공정에 사용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제한하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강경한 규제의 발단은 2022년 7월 블룸버그 기사였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SMIC가 DUV 장비를 사용해 7㎚ 시스템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었던 것을 보도했고, EUV 장비 통제로 10㎚ 미만 반도체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던 미국 정부와 의회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보도 당일 미국 상무부는 즉각적으로 미국의 장비회사 램리서치, KLA,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에 DUV 공정과 관련된 장비 일체의 대중 수출 금지를 명령했다. 그 내용을 명문화한 것이 10월 7일 조치다.
그간 네덜란드는 DUV 장비와 관련된 대중국 수출 통제에 대해 반대해 왔다. 네덜란드의 리셰 스레이네마허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를 무조건적으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조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해왔다. EUV와 달리 중국 시장을 잃을 경우 막대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DUV 장비를 수출하고 있는 ASML사의 2022년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였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네덜란드와 일본 정상과 잇따라 회담을 한 후 이러한 기조에 변화가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도달한 3국 간 합의에는 DUV 장비에 대한 규제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은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장의 분단화에 일부 해외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내 생산은 최대한 미국의 기술과 부품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이외 시장에서는 기존 공급망을 활용하는 식으로 모든 시장에서 사업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현지생산 현지소비를 의미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서구에서는 'In China For China' 전략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 반도체 산업 구조상 이러한 전략이 가능한지 또 미국 정부가 이러한 우회전략까지 제재 대상으로 확대하지는 않을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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