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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 눈 속에서 다시 태어난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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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겨울 추위를 견디고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매화의 꽃말은 ‘기품’과 ‘품격’이다. 예로부터 매화는 선비들의 굳은 신념을 상징하며 군자들의 덕목을 상징하는 사군자에 포함되었고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겨울을 견뎌내는 세한삼우(歲寒三友)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렇듯 ‘화려한 명함’을 가진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에 광주 북구 운암동 중외공원을 찾았다. 공원의 양지바른 언덕에 위치한 매화 숲은 1월 말부터 매화가 활짝 피어나는데, 설 명절을 전후로 몰아친 북극한파와 폭설에 그만 얼어버렸다. 매혹적인 자태는 오간 데 없고 나무에서 쓸쓸히 죽어가고 있었다. 매달린 꽃들을 자세히 보니 붉은색을 잃어 바랬고 그나마 피기 전 꽃봉오리는 본래의 색을 띠지만 강추위에 얼어붙어 땅으로 떨어질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자리를 차마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니 발밑에 떨어진 작은 꽃봉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내린 눈 속에 파묻혀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눈 속에서 핀 매화 ‘설중매’. 하지만 눈 위에 떨어진 매화를 보니 조금 전 나무 위에서 봤던 죽어가는 매화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꽃봉오리째 툭 떨어져도 아름다움이 발하는 동백꽃이 떠올랐다. 중외공원의 매화도 눈 속에서 그 품위를 잃지 않고 화려하게 핀 매화꽃보다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때마침 파란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싸락눈이 이내 함박눈으로 쏟아지면서 땅 위의 매화꽃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역설적이게도 눈에 덮인 매화꽃이 참으로 포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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