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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과학은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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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에 갔을 때 취리히 연방공대를 찾아 양자과학 석학들을 만났다. 양자과학 발전엔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고견을 들은 윤 대통령은 “올해를 양자과학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과학계는 전담기관을 정하자, 이 참에 새 연구원을 만들자 하며 고무된 모습이다. 분자, 원자, 전자 등으로 이뤄진 미시세계를 연구하는 양자과학은 현대물리학의 근간이다. 그런데 ‘퀀텀 점프’를 기대하기엔, 물리학이 위태로워 보인다.
□수능 과학탐구에서 물리를 선택하는 학생은 화학, 생물, 지구과학보다 현저히 적다. 고난도 계산과 사고력이 요구되는 만큼 학습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이 많기도 하겠지만, 물리 기피 현상이 굳어져버린 근본 이유는 대입에 불리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나 물리 덕후들이 선택하는 경향이 커 웬만큼 잘해서는 상대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단 인식이 파다하다. 물리를 좋아해도, 더 공부하고 싶어도 합격을 위해 피하는 게 현실이다.
□물리학은 이공계의 자존심이었다. 1990년대만 해도 인재들이 물리학과로 모여들었고, 학계를 이끌어왔다. 바통을 이어받을 후학 풀이 쪼그라드는 걸 지켜보는 물리학자들의 위기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물리학을 전공해야만 양자과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과학 분야도 외면받긴 매한가지다. 2020년부터 3년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퇴생 중 자연계열이 66.8%, 71.1%, 75.8%로 빠르게 늘었다. 교육계는 이들 대다수가 의약계로 진로를 바꾸려고 학교를 떠났을 걸로 추정한다.
□학생들 탓할 일이 아니다. 취업이 보장되고 소득도 높은 직업을 선호하는 건 당연지사다. 동기들이 너도나도 반수나 재수를 선택해 의약계로 빠져나가니, 동참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느낌마저 든다고 한다. 양자과학 전담기관이냐 새 연구원이냐보다 이공계 인재를 붙잡는 게 더 시급하다. 좋아하는 과목을 흔들림 없이 선택할 수 있게 입시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의약계 아닌 이공계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 의사보다 양자과학자가 되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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