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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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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만난 병원 동료가 “아들이 학원엔 가지 않고 인터넷 게임을 좀더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오전 일과를 마친 후 잠시 쉬면서 문득 내 일상을 생각하게 됐다.
아침에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페이스북과 날씨, 뉴스를 확인한다.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가 들고 나온 작은 전화기가 음악과 일정 관리를 도우면서 인터넷 기술을 흡수하더니 이젠 주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전 세계 어디를 여행하더라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못 할 게 없다. 마치 외장형 뇌를 따로 하나 들고 다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더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 일과 후 저녁에 울리는 업무 관련 메시지에 짜증 난 적도 있다. 길을 걸을 때도 혹시 울릴지 몰라 기계를 손에서 놓지 않고 만지작거린다. 아무래도 ‘디지털 중독’인 것 같다.
아기가 블록 장난감으로 뭔가를 만들어 놓고 엄마 칭찬을 받으면 뇌에서는 기쁨과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때문에 인간은 칭찬을 받기 위해 평생 동안 노력한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 외에도 소속감을 느끼고 존중을 받는 걸 기본 욕구로 여겼으며 이게 부족하면 결핍을 느낀다고 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이 쇼핑센터를 가로질러 도망치는 장면이 기억날 것이다. 잠깐 스쳐가는 장면에서 중년 신사가 가상현실 속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박수와 찬사를 받고 흐뭇해하면서 “땡큐”를 연발한다. 스마트폰으로 각종 소셜 미디어(SNS)에 뭔가 올려놓고 ‘좋아요’에 집착하는 것도 어쩌면 현실에서 받지 못한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함이리라.
그러다 보니 우리는 정신적으로 산만해졌다.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정보 홍수로 집중력은 떨어지고 건망증도 심해진다. 문제가 발생하면 생각하기보다 검색하고, 그렇게 찾은 지식을 내 것인 양 착각한다. 세상 연결과 업무를 위해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필수적인 것 같지만, 어릴 적부터 뇌 신경망이 스마트폰과 함께 만들어진 세대가 아니라면 디지털 과부하와 지나친 기기 의존으로 ‘디지털 치매’가 생기고 멀티태스킹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필요한 때다.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는 “집안을 정리하면 마음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재 물건들을 정리하듯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도 단순화할 수 있다. 명상하면서 생각을 가다듬듯이 산만해진 디지털 영역을 정리하고 가지치기해보자.
우선 스마트폰부터 시작하자. 지난 6개월간 사용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삭제한다. 메시지 앱을 지울 수 없다면 필요할 때만 확인할 수 있게 설정하고, 주말과 저녁에는 알림이 오지 않도록 만든다. 그런 뒤에 적어도 1~2주 정도는 연락과 알람이 없는 불안감을 참는 연습을 해보자. 인간의 뇌는 익숙해진 자극에 이미 적응된 상태이므로 중독에 빠진 뇌가 술ㆍ담배ㆍ도박을 갈구하듯이 스마트폰 알람을 그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한 뒤 무료해진 시간은 다시 무언가로 채워질 것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지기 전에 덜 바쁜 원래 삶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 배우자나 친구와 대화ㆍ책 읽기ㆍ산책하거나 아니면 그냥 앉아 있는 것에 다시 익숙해지기를 권한다. 마음을 편안히 가다듬고 창의적일 때가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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