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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의 '꽃' 데이터센터는 신혐오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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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고까지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막대한 규모의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특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는 등 부정적 평가가 확산하면서 혐오시설로 인식돼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2000년대 초반 50여 개에서 2022년 9월 기준 147개로 늘어났고,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한국전력에 신청한 수는 637개에 달한다. 한전 관계자는 "모두 실제 건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회가 2021년 발간한 '코리아 데이터센터 마켓 2021~24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18년 2조4,240억 원에서 2019년 2조7,066억 원으로 12%가량 증가하는 등 연간 10%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데이터센터 개수도 늘어나고, 규모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데이터 저장장치나 컴퓨터 시스템, 통신장비 등이 설치된 시설이다. 개인이나 기업 정보와 각종 빅데이터를 저장·유통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고,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기술(IT)이 발달한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면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연중 24시간 서버나 스토리지가 가동돼야 하고,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등 전력 소비가 막대하다. 데이터센터 1개당 평균 연간 전력사용량은 25기가와트시(GWh)로, 이는 4인 가구 6,000가구가 사용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몰려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데이터센터 입지의 60%, 전력 수요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이 비율은 2029년 각각 80% 중반까지 오를 전망이다. 데이터센터가 주민들 생활 공간에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역 주민들이 데이터센터를 혐오시설로 인식, 건설에 반대한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입지 주변 주민들은 △특고압 송전로 및 데이터센터 주변에 발생하는 전자파 △열섬 현상 △냉각 및 비상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데이터센터 인근의 일조권 및 조망권 침해 △막대한 전력사용으로 인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 배출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경기 용인시 공세동 주민들은 실제 이런 이유를 들며 반대해 2019년 네이버의 제2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무산시켰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인 디지털리얼티가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경기 김포시 구래동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단지마다 '암유발 고압전선 데이터센터 절대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치 반대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한강신도시총연합회 측은 "15만4,000V의 특고압선이 지하 1m의 얕은 깊이로 매설돼 유해 전자파가 발생해 위험하다"며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자파는 발암 및 건강에 매우 유해하며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터센터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LG유플러스가 국내 최대 규모로 경기 안양시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인 '평촌2센터(평촌NC센터)'도 주민들 반대로 발목이 잡혔다. 주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15만4,000V의 지중선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반대 이유는 구래동 주민과 마찬가지다.
갈등이 점차 커지자 안양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강득구·민병덕·이탄희 의원과 이용빈 의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이터센터 확산과 초고압선 부설에 따른 갈등해소 및 대책모색'이라는 주제로 전력정책포럼을 열었다.
포럼에 참석한 LG유플러스와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안양시 측은 특고압 지중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주민들에 대한 설득을 시도했다.
국제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가 1998년 833밀리가우스(mG·전자파 단위)를 전자파 국제 권고기준(일반인 기준)으로 잡았는데, 이는 인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전자파 노출 수치의 50분의 1이라는 점이 핵심이었다. 이어 ICNIRP가 2010년 권고기준을 2,000mG로 상향했지만, 한국은 833mG로 여전히 엄격한 수치를 전자파 노출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양시 측은 지난해 11월 지중선로가 매설된 차도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1.9mG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임윤석 한전 전력연구원 책임은 세계보건기구(WHO)와 54개국 및 8개 국제기구가 12년간 전력설비 전자파에 대해 공동 연구한 결과, '낮은 수준의 자계(자력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 노출이 암으로 진전된다는 생체물리학적 작용은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임 책임은 이어 WHO가 '이해당사자들 간 효과적이고 개방적인 의사소통 프로그램을 수립할 것을 권장한다'고 권고한 내용도 알렸다.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검증되진 않았지만, 갈등을 막기 위해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주민 A(43)씨는 26일 "전자파가 미치는 악영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께름칙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면서 "미리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했다면 이렇게 갈등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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