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변호사 3만 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 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시키는 해고의 경우 법원은 정당한 이유를 더욱 엄격히 판단한다. 이번 편부터는 대법원이 어느 경우에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거나 부정했는지 유형별로 살펴보려고 한다.
회사 내에서 어떤 잘못을 하거나 징계사유가 없는데, 단지 업무능력이나 업무성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을까? 이른바 ‘저성과자 해고’라고 불리기도 한다. 근로기준법상 엄격한 요건이 필요한 ‘경영상 해고’를 위한 수단으로 편법적으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있다.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 하에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핵심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저성과자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저성과자에게 업무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과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그럼에도 저조한 업무수행실적을 보이며 개선의지가 부족하여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일 때’ 해고를 인정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추상적인 용어의 나열로 느껴질 수 있으나, 실제 근로현장에서 이뤄지는 인사평가 방법, 저성과자 관리 형태나 교육의 내용, 직무재배치 등 기회가 부여된 뒤의 사정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그것이 실질적으로 저성과자를 회사에서 퇴출하기 위한 목적인 ‘해고 프로그램’으로 운용됐는지, 아니면 저성과자에게 업무역량을 향상하여 현업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했음에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이 저성과자에게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취업규칙에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법원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①먼저 그 직원이 근무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하고, ②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성과가 개선되지 않고, 개선의지가 보이지 않아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하기 어렵게 됐을 때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한편,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이와 별개로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가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기각할 경우 근로자는 법원에 부당해고 구제소송(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양자는 별개의 제도이므로 선택하거나 동시에 진행할 수 있고, 부당해고가 인정되면 근로자는 원직복직(原職復職)과 부당해고기간 중 임금상당액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업무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가 남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저성과자로 평가되었다고 하더라도 업무능력 향상의 의지를 가지고 사용자가 제공하는 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직무재배치 등의 기회가 부여되었다면 재배치된 업무에 관심을 갖고 노력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향후 법원에 갔을 때에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기발령 이후 무보직으로 일정기간 경과’하면 해고되는 이른바 자동해고 조항에 따라 저성과자를 해고하는 경우에도 위 법리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선고됐다(대법원 2022. 9. 15. 선고 2018다251486 판결). 따라서 대기발령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해고에 이르게 될 때에는 위와 마찬가지로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그럼에도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이 뒷받침 되어야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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