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군이 합참 차원의 검열 결과를 26일 국회에 보고했다. 당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이상 물체를 탐지하고도 무인기 대비태세 '두루미' 발령까지 1시간 40분을 허비, 결국 용산 대통령실 일대 비행금지구역(P-73)까지 내준 원인에 대해 군은 상황 판단 미흡이라고 결론지었다. 항적을 처음 포착한 전방 부대에서 이를 '긴급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은 탓에 상부에 신속히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열 결과를 보면 상황 판단이 빨랐다고 해서 군의 후속 대응이 성공적이었을지 의문이다. 우선 방공 레이더로 무인기를 포착한 육군 1군단의 항적 정보가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수도방위사령부로 자동 전달되지 않는 상태였다. 사태 당일 수방사는 무인기가 P-73에 진입하고서야 자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레이더 정보가 연동되지 않기는 육군과 공군 사이도 마찬가지였다. 당일 양군 간 상황 공유는 유선 전화로 이뤄졌다고 한다. 공군이 두루미를 제때 발령했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이처럼 군 정보시스템 전반에 허점이 드러났는데도 군이 사태 책임을 일선에 먼저 물은 것은 상황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 합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영관급 장교가 실무책임자인 전투정보상황실(CCC)을 책임 소재로 지목하며 "긴급 상황은 지휘관이 아니라 실무자가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혹여 '꼬리 자르기' 식으로 책임자 문책 요구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라면 부적절하다.
합참은 검열에서 과오가 드러난 이들 가운데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수방사령관·1군단장, 공군작전사령관 등 장성급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종석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고위급 문책 요구에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군 내부에선 "작전 수행 결과를 두고 군인을 처벌하면 사기가 떨어진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안보상 명백한 실패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군의 존재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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