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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과 처제들은 왜 그 남자를 죽이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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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성 존(클라에스 방)이 죽는다. 급사다. 장례식에 모인 처형과 처제는 표정 관리하기 바쁘다. 존의 죽음을 무척 바랐던 것처럼 보인다. 존의 관 앞에서 엄숙한 표정을 지으나 눈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존의 처형과 처제는 왜 웃음을 감추느라 애를 쓸까. 그들이 혹시 존을 죽인 건 아닐까. 만약 살해했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배드 시스터즈’는 물음표들을 던지며 시작한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사는 존은 꽤 부유한 중산층이다. 건축회사에 다닌다. 언제나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맨 채 출근한다. 겉으로 보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신사다. 꽤 매력적인 이 남자, 알고 보면 악당이다. 여성 혐오와 동성애 혐오, 유색인 혐오 등 나쁜 성향을 죄다 지녔다. 더구나 사이코패스 기질까지 가졌다.
존은 아내 그레이스(앤 마리 더프)가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레이스는 언니 에바(샤론 호건), 여동생 어설라(에바 버티스틀), 비비(새러 그린), 베카(이브 휴슨)가 있다. 다섯 자매는 사이가 돈독하다. 존은 자유분방한 처형과 처제들을 탐탁지 않아한다. 에바와 여동생들은 존을 죽도록 싫어한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죽일 만한 일은 아니다.
드라마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존의 악행을 고발한다. 그레이스의 언니와 여동생들은 존에게 살의를 품을 만한 사연을 몇 개씩 가지고 있다. 처음엔 ‘나쁜 자매들’의 살인 모의가 이해되지 않다가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존은 처형과 처제를 괴롭히고, 아내를 힘들게 하며 이웃을 곤경에 빠뜨린다. 특별히 자신에게 잘못한 게 있어서가 아니다. 자기 뜻대로 사람을 부리기 위해서 또는 재미로 악행을 저지른다.
자매들의 모의는 뜻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나름 치밀한 계획을 세우나 여러 이유로 실패한다. 그 과정이 차가운 웃음을 빚어낸다. 살인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통해 만들어내는 유머가 이 드라마의 묘미다.
존의 죽음을 간과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 보험사 대표 토머스(브라이언 글리슨)와 그의 동생 매슈(대릴 매커맥)다. 둘은 존의 사망과 관련해 그레이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 파산 위기에 처한다. 자주 보험금을 수령한 존의 생전 행각이 수상쩍기도 하다. 이상한 낌새가 뭐든 있으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야 한다. 두 사람의 ‘수사’와 자매들의 살인 계획이 교차하면서 스릴과 서스펜스가 이어진다. 자매들의 나쁜 생각과 계획은 비판받아 마땅하나 기이하게도 드라마가 뒤로 갈수록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토머스와 매슈의 조사가 실패하길 은근히 원하게 된다. 다섯 자매는 가부장적 남성 존의 피해자이니까.
국내에는 조금 낯선 아일랜드 드라마다. 더블린의 풍광이 인상적이다. 영국인보다 더 억센 등장인물들의 억양이 독특하다. 가부장제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을 담은 드라마인데 메시지 전달에 대한 강박이 강하지는 않다. 현실성 떨어지는 듯한 이야기이나 꽤 설득력을 지녔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연출력이 인상적이다. 여성 감독 디어블라 월시, 조세핀 보너버시, 레베카 갯워드가 10부를 나눠서 연출했다. 벨기에 인기 드라마 ‘클랜’(2012)이 원작이다. 시즌2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시청자 69%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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