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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강간죄 번복, 여당 눈치보기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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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26일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8시간 만에 번복했다. 여당 기류를 반영해 급히 바꾼 것으로 보이는데, 있어서는 안되는 행태이다.
여가부는 이날 오전 배포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 자료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 추진을 명시했다. 그랬다가 “동 과제는 2015년 1차 양성평등기본계획부터 포함되어 논의되어 온 과제로서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이 검토되거나 추진되는 과제가 아니다”며 “정부는 개정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가부가 소신 정책으로 추진은 못할망정 철회 촌극까지 벌인 건 무책임하다. 여당의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 남성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형법 297조는 강간죄의 성립 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명시하고 있다. 판례상, 폭행 또는 협박이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 공포감에 제대로 저항을 못한 경우, 가해자는 무죄로 풀려나기도 한다. 일례로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해 1차 강간하고 피해자 신체를 촬영한 후 며칠 뒤에 2차 강간한 사건에서, 법원이 2차 강간을 무죄 선고했다. 가해자가 신체 영상을 가지고 있는 점, “흉기로 위협당한 기억 때문에 너무 무서웠다”는 피해자 진술은 고려되지 않았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한국 정부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권고했다. 영국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캐나다 스페인 등이 도입했고, 미국도 11개 주에서 적용하고 있다. 유엔 국제사법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도 비동의 강간을 처벌한다.
여가부는 현 정권 들어 폐지가 추진되는 부서이다. 그렇다고 해도 중요한 법개정 논의를 하루도 안돼 뒤집고, 정치권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일처리는 기본조차 방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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