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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일본 기업의 배상 강요하면 무리...윤 대통령의 민심 설득이 중요하다"[인터뷰]

입력
2023.01.27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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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에 겐이치로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
"한국·일본, 최후까지 노력하고 미래로 가야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도 상황 어려웠다
결국 중요한 건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

외무성 사무차관을 지낸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은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월 12일 한국 정부가 국회 토론회에서 공개한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일 양국 지도자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외무성 사무차관을 지낸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은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월 12일 한국 정부가 국회 토론회에서 공개한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일 양국 지도자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지낸 사사에 겐이치로(71)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일본 전범 기업들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 배상에 회의적인 데 대해 "기업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국민을 잘 설득한다면, 일본 정부도 분명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할 정치적 책임이 일본보다는 한국 정부에 더 많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사사에 이사장은 24일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연구소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정부는 최근 한국이 세우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대신 지급해 일본 기업들의 직접 배상을 면해 주는 방안을 공개했다. 사사에 이사장은 “한국 정부가 매우 노력했다”면서 “일본에 후속 조치(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성의 있는 후속 조치')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조치를 요구하고 일본 기업이 이에 마지못해 응한다면 '자발적 배상 참여’라 보기 어렵다”면서 일본 기업들에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외무성에서 한일관계를 오랜 기간 담당한 사사에 이사장은 201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이른바 '사사에 안'을 제안한 인물이다. 일본 총리의 사과 서한을 피해자들에게 전달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인도적 지원금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었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가 거절해 관철되지 않았다.

사사에 이사장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한일공동선언을 발표할 당시엔 외무성 동북아 과장으로 실무를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12일 국회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유족회 소속 유족들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2일 국회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유족회 소속 유족들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한국 정부가 이달 12일 공개한 강제동원 해결안을 어떻게 보나.

“한국 정부가 매우 노력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안을 바탕 삼아 구체적인 내용을 양국 정부가 확실히 채운다면, 나머지는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 정부가 공통의 토대 위에 서고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정부가 이 안을 수용할까.

“더 논의해야 할 쟁점은 있다. 그러나 세세한 부분을 포함해 양국 정부가 먼저 비공식적으로 실질적 양해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후까지 노력한다면, (최종안 도출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한국 여론은 일본 기업이 아닌 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에 반발한다.

“이런 사안에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 입장에선 '한국만 일방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 입장은 다르다. 이번 문제는 한국이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 만큼 일본이 (호응 조치를) 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일본엔 있다.”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성의 있는 호응 조치’에 대한 생각은.

“한국 정부가 매듭을 짓기 위해 한국인들의 마음에 부합하는 무언가를 (일본에)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한국이 먼저 노력했으니 양국 정부가 후속 논의를 해야 한다. 다만 한국 정부가 조치를 요구하고 일본이 마지못해 응하는 형식이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자발적 배상 참여’라고 보기 어렵다. ‘자발적 참여’를 기대한다면, 일본 기업의 참여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끝내 응하지 않겠다고 한다 해도 기업의 자유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는 강한가.

“일본인이라 발언이 부드럽지만, 의지는 강하다. 북한, 러시아,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동북아 안보 환경 속에서 역사 문제를 넘어 한일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기시다 총리의 인식이다. 그는 또 일본의 미래를 생각하면 (한국과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현재 상황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어렵겠지만, 윤 대통령이 국민을 잘 설득해 (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면 일본 정부도 분명히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일본엔 '한국의 정권이 바뀌면 합의가 또 뒤집어질 것'이라는 회의적 여론이 있는데, 그런 것까지 걱정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외무성 사무차관을 지낸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은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월 12일 한국 정부가 국회 토론회에서 공개한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일 양국 지도자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외무성 사무차관을 지낸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은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월 12일 한국 정부가 국회 토론회에서 공개한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일 양국 지도자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지금 한일 관계 개선이 중요한 이유는.

“지정학적 위기 대처를 위해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인 상황에서 양국 협력이 충분히 되지 않는다면 불행한 일이다. 강제동원 이외의 난제는 양국 관계가 좀 더 성숙한 이후 해결해 나가면 된다. 당면한 가시(강제동원 배상 문제)부터 뽑아야 하는데, 이번이 기회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가 진전되면 양국 모두에 좋은 일이라는 것을 한국인들도 알았으면 한다. 우리가 모처럼의 기회를 놓친다면, 웃는 나라는 어디일까.”

-1998년 한일공동선언 당시 분위기를 지금과 비교하자면.

“그때도 한일 관계는 매우 어려웠다. 한일어업협정 문제, 영토 문제,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더 많은 문제가 있었다. 한국의 반일 감정은 더 심했다. 그럼에도 김 전 대통령과 오부치 전 총리는 노력했다. 공동선언 발표 이후 한일 안보 협력, 유엔에서의 협력 등이 뒤따랐다. 실제 반기문 전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 때 일본이 강력히 지지했고, 2002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도 이뤄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 최고 지도자의 강한 의지와 리더십이다."

1999년 3월 20일 김대중(오른쪽)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9년 3월 20일 김대중(오른쪽)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제동원 문제 해결 이후 한일 관계 전망은.

"곧바로 한일 간 모든 문제가 한번에 해결되지 않겠지만,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이견 등은 물 흐르듯 매듭지어질 것이다. 또 양국 간 왕래가 잦아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나 관용이 확대될 것이다. 특히 청년층 교류를 활성화하면 좋겠다. 한국 드라마를 종종 본다. 한국에서도 일본 드라마 등을 통해 일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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