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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지방 덮친 가뭄 속에서도 '외딴섬'은 더 취약했다

입력
2023.01.27 09: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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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방문한 전남 완도군 소안도 저수지가 말라붙은 가운데, 급수차가 물을 대고 있다. 소안도=김현종 기자

지난 11일 방문한 전남 완도군 소안도 저수지가 말라붙은 가운데, 급수차가 물을 대고 있다. 소안도=김현종 기자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고립된 섬은 기후 재난이 더 극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남부 지역에 최장 기간 지속되고 있는 가뭄도 전남 섬 지역엔 더 큰 피해를 입힌다.

지난 11일 방문한 전남 완도군 소안도 주민들은 집집마다 1톤 규모 물탱크를 구비했다. 지난해 봄부터 이어진 가뭄 탓에 저수지가 바닥나 제한 급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 중 수돗물이 나오는 이틀 동안 물을 가득 채워 넣고 5일간 그 물로 생활한다. 지난해 완도군 강수량은 704.4㎜로, 평년의 45%에 불과했다.

소안도 주민 김준수(69)씨는 "물을 저장해서 쓰다 보니 수질도 걱정되고 씻을 때도 가족들 눈치가 보이지만 불평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청장년 시절을 제외하고 줄곧 이 섬에서 지냈지만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고 했다.

최근 소안도 주민들은 집집마다 물탱크를 하나씩 들였다. 제한 급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김현종 기자

최근 소안도 주민들은 집집마다 물탱크를 하나씩 들였다. 제한 급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김현종 기자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남부지역의 극한 가뭄은 섬 지역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지난해 완도군의 기상가뭄 발생일수는 300일이었는데, 화순 357일, 나주 335일, 곡성 328일 등 내륙 지역의 가뭄이 더 오래 지속됐다.

그러나 내륙은 수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데다 광역상수도가 연결돼 있고 인근 지역에서 물을 길어오기 쉬운 반면, 섬 지역은 인근에서 물을 구할 수 없어 피해가 더 크다. 사회기반시설 차이가 기후 재난의 피해도 키운 것이다.

소안도 등 완도군의 섬 지역에는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15톤 규모 급수차 8대가 하루에 4번씩 배를 타고 들어온다. 또 섬 지하수를 개발해 500톤 정도의 물을 수원지로 밀어 올린다.

그래도 급수일 이틀을 충당하지 못해 저수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약 8%였던 소안 저수지 저수율은 25일 3.2%까지 떨어졌다. 저수율은 평소 40%대를 유지했었다. 섬에 물을 공급하던 해수 담수화 선박은 약 한 달간 운영되다가 운영비가 너무 비싸 철수했다.

10년간 물차를 몰았다는 최희철(63)씨는 "지난해에도 다른 섬에 가뭄이 들어 물을 옮겼지만 저수지가 이 정도로 바닥을 드러낸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소안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나모(69)씨도 "저수지가 말라 수돗물로 설거지를 하면 식기에 하얗게 가루가 남는다"며 "설거지와 음식 하는 데 생수를 써야 해 물값이 천정부지로 든다"고 했다.

소안도의 한 식당에서 제한급수 중인 수돗물로 식기를 설거지한 후 말리자 하얗게 이물질이 남아 있다. 아무리 대처를 해도 재난은 흔적을 남긴다.

소안도의 한 식당에서 제한급수 중인 수돗물로 식기를 설거지한 후 말리자 하얗게 이물질이 남아 있다. 아무리 대처를 해도 재난은 흔적을 남긴다.

기상학자들은 3년째 지속되고 있는 라니냐(La Nina)를 가뭄의 원인으로 꼽는다. 서태평양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인데, 이 경우 일본 남부에 저기압대가 자리 잡으며 한반도와 중국엔 고기압대가 발달해 가뭄이 발생한다. 라니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올해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3년째 라니냐가 지속되고 있어서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국제기구는 태평양의 섬 국가인 키리바시의 가뭄 피해 역시 라니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물 마시면 설사, 가게엔 통조림만..."아이들부터 죽어간다")

소안도 저수지 바닥이 바짝 말라 있다.

소안도 저수지 바닥이 바짝 말라 있다.


소안도=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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