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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총기규제, 국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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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총기(銃器) 규제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가장 엄격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총기난사가 잇따르자 강도 높은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교외의 댄스교습소, 샌프란시스코 외곽 농장 등에서 참극이 벌어져 중국·베트남계는 최소 18명이 사망하는 악몽의 음력설을 보내야 했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가 “이렇게 지속적인 총기 폭력으로 공포를 겪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고 호소할 지경이다.
□ 미국의 총기보유는 100명당 125자루로 독보적이다. 세계 2위인 캐나다가 27자루를 가진 데 비해 5배나 많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10만 명당 총기사망이 4건으로, 1건에 못 미치는 캐나다와도 차이가 크다. 작년 6월 21명이 사망한 텍사스 유벨디초등학교 총기난사 이후 총기규제법 일부가 통과됐지만 연발로 발사되는 자동소총 등 공격용 총기규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총기구매자의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총기안전법만 통과됐을 뿐이다.
□ 여전히 걸림돌은 수정헌법 제2조다. 개인의 무기소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민병대로 독립전쟁을 수행한 미국 역사가 배경이자, 서부개척시대 자신의 가족과 재산을 스스로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헌법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 미국 보수진영의 이념적 정체성과 직결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벨디 총기사건 때 오히려 “악(惡)의 존재는 시민들을 무장시켜야 할 이유”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 그렇더라도 건국 이래 200년이 넘도록 총기규제가 난망한 건 정상이 아니다. 자위를 구실로 총기를 보유할 권리와 선의의 제3자가 뜬금없이 총을 맞지 않을 권리 중 어느 쪽에 더 큰 가치를 둬야 할까. 교훈을 얻기까지는 또 얼마의 희생이 계속돼야 할까. 이번 피해자 대부분은 아시아계다. 미 공화당과 전미총기협회(NRA)의 교조적 전통이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이 여전히 작동하는 나라라면 바뀔 때도 됐다. 전 세계 유학생이 몰리는 미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배려도 함께해야 세계경찰,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맏형 자격이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총에 안 맞고 존엄을 유지할 권리를 위해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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