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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의 짐이 되는 ‘핵무장’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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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의 꽃은 정상외교다. 해외 공관의 외교관들이 현장에서 뛰고, 외교안보 참모들이 상대국과 물밑 조율한 과실을 깔끔하게 따주는 역량이 대통령에게 요구된다. 그런 만큼 외교석상 안팎에서 공표되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절제와 명료가 원칙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이어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 핵무장론’ 관련 발언은 이 원칙에 위배됐다. 거칠고 불안하기 그지없다. ‘한미 핵 공동 기획ㆍ공동 연습’ 기초 협의를 두고 마치 한미가 대단한 핵 관련 군사훈련을 하는 것처럼 광을 팔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노(No)’ 발언에 한바탕 소동을 벌였던 게 1월 초 일이다.
그런데도 지난 11일 국방부 업무보고 자리에선 북핵 위협을 전제로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라고 해 워싱턴을 놀라게 했다. 일주일여 만에 미국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존중' 발언으로 상황을 정리하기는 했지만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또 달아 논란을 남겼다.
미국은 여전히 떨떠름한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자체 핵 보유 발언에 백악관이 ‘한반도 비핵화’를 거듭 강조했던 것도 무언의 불쾌감 표명이라는 해석이 많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의도를 선의로 해석하면 이렇다. ‘북핵에 맞서기 위해 강화된 확장억제가 필요한데, 핵무장 발언이라도 해야 그 아래 단계의 지원을 미국에서 따낼 수 있으니 일단 세게 나갈 필요가 있다.’
문제는 도를 넘어선 핵무장론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낳고 북한의 핵 강화 논리를 돕는다는 위험성이다. 한국은 북한과 달리 NPT 탈퇴와 핵개발 후 닥칠 각종 제재를 견뎌낼 수 없는 경제구조 아닌가.
핵무장론을 지지하는 보수 지지층만 바라보는 단견, 외교안보를 국내정치에 활용하겠다는 욕심은 한국의 국익을 훼손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정제되지 못한 대통령의 발언은 쓸데없이 외교력만 소모하게 만든다.
꽃을 피우기는 힘들어도 꺾이는 건 잠깐이다. 지난 70년 공들여 쌓아 올린 한미동맹의 신뢰가 과격한 핵무장 메시지에 흔들리지 않도록, 과장되고 즉흥적인 외교안보 설화부터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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