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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기 스텔스 시대, 놓칠 수 없는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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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넘쳐 나는 오일 머니로 세계 각국에서 고가의 첨단 무기를 사들이거나 아예 고성능 무기체계 개발을 의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국제 무기 시장의 VIP다. 이 VIP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항공 및 방산 분야 협력 강화를 천명하고 중형 수송기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한국형 다목적 중형 수송기, 이른바 MC-X 프로그램에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2년 9월, 대한민국방위산업전을 통해 처음으로 모형이 공개된 MC-X는 현용 주력 수송기인 C-130급 중형 전술 수송기를 대체하는 차세대 수송기를 국내 개발 항공기로 대체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MC-X는 항공기 제품 라인업 확장을 꾀하고 있는 KAI가 오래전부터 정부에 개발을 제안해 온 수송기로 처음에는 일본의 C-2 수송기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기획됐지만,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현재는 브라질의 KC-390 모델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KAI가 방산전시회와 학술 세미나 등의 기회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 MC-X는 최대이륙중량 103톤, 최대 적재중량 29.5톤 정도의 중형급 수송기이다. 이는 미국의 C-130보다는 크고 유럽 A400M보다는 작은 중간급 사이즈로 비슷한 체급의 기종이 없기 때문에 내수는 물론 수출에 있어서도 유리하다는 것이 업체 측 제안이었다. 그러나 업체가 제안한 대당 양산 비용과 개발비는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비싸고, 이러한 유형의 수송기는 신뢰성과 후속군수지원 문제 때문에 선진국의 메이저 항공기 업체 제품들이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한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합리적이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빗발쳤다. 그런 점에서 이번 UAE와의 공동개발 추진은 개발비 투자는 물론 개발 완료 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필요한 최소 양산 수량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는 잠재 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에 큰 호재다.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형상과 체급의 항공기 개발이 과연 올바른 방향이냐 하는 것이다. 업체가 제안하고 있는 MC-X의 형상이나 제원은 선진국과 보잉·에어버스 등 메이저 항공기 제조업체들이 준비하고 있는 미래형 항공기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낙후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항공선진국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항공기에서 탈피해 SF영화에 등장할 법한 완전히 새로운 항공기를 준비하고 있고, 이들의 새 형상의 항공기는 2030년대 중반, 즉 MC-X가 완성될 시기부터 상용화할 예정이다. MC-X가 현재까지 알려진 것과 같은 제원과 형상으로 개발될 경우, 이 항공기는 등장과 동시에 구형으로 낙인찍혀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미국외교협회 세미나에서 프랭크 켄달 미 공군장관이 꺼낸 ‘미래형 항공기의 지향점’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켄달 장관은 “C-17과 같은 통상적인 수송기나 보잉 767, DC-10 같은 상업용 항공기를 개조한 수송기 또는 공중급유기는 미래전 환경에서 생존 가능성이 없다”면서 미 공군은 지원 항공기 모델들을 스텔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켄달 장관은 “중국과 같은 적들은 점점 더 먼 거리에서 미국 항공기를 추적하고 공격할 수 있게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가고 있다”면서 통상적인 형태의 항공기들을 서둘러 새로운 항공기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미국은 켄달 장관의 이번 발언이 있기 훨씬 전부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항공기 개발을 준비해 왔다. 미국은 종래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항공기 형상을 만들어 전술적·경제적·환경적 이점을 얻고자 한다. 이를 위한 새 항공기는 레이더 반사 면적이 스텔스기 수준으로 작아야 하고, 공기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여 보다 적은 연료로도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야 하며, 전통적인 형상의 항공기보다 연료 및 화물 탑재량을 늘릴 것을 요구받고 있다.
전익기(全翼機·Flying wing aircraft)는 이러한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항공기 구조다.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처럼 동체 전체를 거대한 날개로 쓰는 전익기는 기체 전체에서 양력이 발생한다. 또한 수직미익과 같은 외부 돌출물이 없기 때문에 공기 저항이 작다. 동체 전체가 날개이고, 그 날개 내부가 탑재 공간이어서 탑재량이 우수하며, 레이더 반사면적도 작아 생존성과 장거리 비행 능력이 향상된다. 다만 가로방향 안정성(Lateral stability) 확보에 필수인 수직미익이 없어서 비행제어가 대단히 어려운데, 미국은 B-2 폭격기에 이 형상을 도입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을 별도로 개발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전익기가 갖는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안된 게 일반 항공기와 전익기 형상을 적당히 섞은 혼합날개동체(Blended-wind body) 형상이다. 이는 전익기와 유사한 형상의 동체 위에 엔진 또는 수직미익을 얹는 방식으로 고안됐다. 엔진과 수직미익을 함께 달거나, 수직미익을 빼고 추진가스 분사 방향 조절이 가능한 추력편향노즐(Thrust Vector Control Nozzle)이 설치된 엔진만 장착한 형태 등이 제안되고 있다. 전자는 유럽 에어버스가 개발 중인 ‘매버릭(MAVERIC)’ 시제기가 대표적인 사례이고, 후자로는 미국 보잉과 나사가 제작한 X-48B가 있다.
에어버스는 2030년대 중반께 이러한 형상을 갖춘 차세대 항공기를 내놓을 예정이고, 보잉은 203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는 미 공군의 차세대 공중급유기(KC-Z) 사업 프로그램에서 혼합날개동체 형상의 항공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KC-Z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밝힌 보잉이나 미국 록히드마틴 모두 미 공군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통상 형상 모델을 완전히 배제하고 혼합날개동체나 전익기 형상의 모델만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공군은 KC-Z 프로그램을 통해 공중급유기 겸 수송기 스텔스화 작업이 본격화되면, 현재 주요 수송기에 적용하고 있는 ‘래피드 드래곤(Rapid dragon)’ 시스템을 KC-Z에 이식할 것이다. 래피드 드래곤 시스템이란 463L 규격 표준 항공화물 팔레트 2개를 이어 붙인 팔레트에 JASSM(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 등 미사일 4~9발을 싣고, 여기에 낙하산을 달아 공중에서 투하하는 새로운 무장 투발 체계이다. 이 특수 팔레트는 공중에서 투하되면 낙하산을 펴고 떨어지며 내부에 탑재된 미사일들을 순차적으로 발사하는데,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C-130 수송기는 최대 18발, C-17 수송기는 최대 72발의 JASSM 미사일을 투사할 수 있다. B-1B 폭격기가 최대 24발을 투사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KC-Z는 혼합날개형 또는 전익기 구조를 채택할 것이기 때문에 C-17 같은 항공기보다 내부 탑재 공간이 훨씬 더 넓어지는데, 이런 항공기에서 래피드 드래곤 시스템을 운용할 경우 KC-Z 1대에서 적게는 수십 발, 많게는 100발 가까운 미사일을 투발할 수 있다.
통상적인 항공기보다 항속거리가 길고 스텔스 설계까지 적용된 수송기에서 스텔스 공중발사 순항 미사일인 JASSM을 대량으로 투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적성국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재앙이다. 동북아시아 하늘에는 하루에도 수십 대의 미군 공중급유기와 수송기가 오고 가는데, 이들이 래피드 드래곤 능력을 갖춘 스텔스 형상으로 교체될 경우, 스텔스 전략 폭격기 수십 대가 오가는 무력시위 상황을 매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 등 선진국들은 미래전에 대비한 ‘항공기술혁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MC-X가 성공하려면 종래의 계획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기술 발전 추세와 트렌드에 맞춰 사업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렇게 수정된 MC-X를 완성하고 한국판 래피드 드래곤을 접목한다면 우리나라도 스텔스 전략 폭격기나 다름없는 게임체인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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