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이식’, 혈액 질환 완치를 위한 최선책

입력
2023.01.2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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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에게 듣는다

게티이미지뱅크

혈액 질환은 혈액을 만드는 공장(골수), 혈액을 이루는 구성 성분(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나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림프계 등에서 비정상적인 세포가 과잉 성장하는 질환을 말한다. 백혈병을 비롯해 악성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100가지가 넘고, 발생 부위도 다양하며 치료를 위한 접근도 질환에 따라 모두 다르다.

조혈모세포란 ‘피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란 뜻으로 골수에서 생성된다. 골수에서 생성된 조혈모세포는 성장과 증식을 통해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비롯해 각종 면역세포를 만드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빈혈(적혈구 감소), 출혈(혈소판 감소), 감염(백혈구 감소) 등의 증이 나타난다.

◇조혈모세포이식이란?

문제가 발생한 조혈모세포를 우리 몸에서 제거한 후 건강한 세포를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혈액 질환 치료는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통해 몸속 암세포를 제거하는 관해(寬解ㆍremission) 유도를 우선 시행한다.

이후 환자가 호전된 상태에서 완치율을 높이거나 재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조혈모세포를 추가적으로 이식한다. 난치병으로 여겨지는 혈액 질환 치료에 있어 조혈모세포이식은 완치를 향한 마지막 걸음인 셈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은 크게 환자 본인 세포를 이식하는 자가 이식과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동종 이식으로 나뉘는데 질환 별로 시행 시기와 방법이 다르다. 이식 준비 과정에서 세포 채집과 강력한 항암제 투여 등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체력과 신체기능을 유지한 70세 이하의 환자가 이식의 우선 고려 대상이다.

자가 이식 대상 질환은 △다발골수종과 T세포림프종(1차 항암 치료 후 호전된 경우, 재발해 2차 항암 치료로 호전된 경우) △B세포림프종(진단 시 3~4기, 1차 항암치료 후 호전된 경우, 재발해 2차 항암 치료 후 호전된 경우) △호지킨림프종(재발해 2차 항암 치료 후 호전된 경우)에 적용하고 급성 백혈병은 환자 상태에 따라 의료진이 판단해 결정한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은 △조혈모세포 가동화 △채집 △처리ㆍ냉동ㆍ보관 △환자 전 처치 요법(항암제 투여) 시행 △조혈모세포이식 △생착 과정으로 이뤄진다.

환자에게 약을 투여해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혈액으로 옮겨 채집ㆍ냉동했다가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다시 이식한다. 환자가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조혈모세포는 영하 196도의 액체 질소에 보관하고, 이식 당일 환자 옆에서 해동한다.


[상세 설명]

*조혈모세포 가동화 : 항암제ㆍ촉진제 등을 이용해 환자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말초 혈액으로 옮겨 채집을 준비하는 과정. 원인 질환에 따라 7~14일 걸린다.

*채집 : 환자 쇄골 위쪽으로 카테터를 삽입한 후 카테터와 채집 장비를 연결해 조혈모세포만 분리. 하루 4시간 정도 세포를 모으고 충분하지 않으면 2~3일 정도 시행. 채집 완료 후 환자 퇴원.

*처리・냉동・보관 : 불필요한 성분을 제거하고 조혈모세포를 냉동해 이식하는 날까지 액체 질소에 보관.

*환자 전 처치 요법 : 채집 후 일정 기간 휴식을 취한 환자는 다시 입원. 강력한 항암제를 투여해 잔존 암세포를 제거.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은 원래 자신의 세포를 이식하므로 부작용은 크지 않다. 다만 생착 과정에서 메스꺼움ㆍ점막염ㆍ설사 등이 1~2주간 나타날 수 있고,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로 인한 감염, 출혈에 취약해지므로 항생제 투여와 수혈이 필요하다.

대개 이식 후 10~17일이 지나면 세포 생착으로 회복기에 접어들고, 발열ㆍ설사ㆍ메스꺼움 증상이 호전되면 퇴원할 수 있다. 퇴원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발열, 출혈 등의 증상이 있으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완전히 회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 균형 잡힌 영양 관리가 필수적이다.

다른 사람 세포를 이식하는 동종 이식은 이식 종류와 절차가 세분화되고 이식 후 생활 관리가 더 까다롭다. 자신의 조혈ㆍ면역체계를 완전히 제거한 후 다른 사람 조혈모세포를 주입하는 만큼 이식 거부 반응 등 면역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역체계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측면에서 재발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 동종 이식은 이식 유전자가 일치하는 혈연 또는 비혈연 기증자가 있거나, 이식 유전자 반(半)일치(50%)인 가족 내 기증자가 있거나 또는 이식 가능한 제대혈을 확보한 환자에게서 가능하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환자 형제 중에 이식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이 있는지 가장 먼저 확인하는데, 형제간 조혈모세포이식이 가장 좋은 치료 성적을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형제간 반일치 이식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동종 이식 대상 질환은 △새로 진단된 급성 백혈병과(혈액학적으로 완전히 호전된 경우) △재발한 급성 백혈병(2차 항암 치료 후 호전된 경우) △고위험 골수이형성증후군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이며 재발한 악성 림프종과 다발골수종의 경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고려할 수 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동종 이식 기증자가 확보됐다면 본격적인 준비 절차에 들어가는데 이식 한 달 전 기증자에 대한 검사를 시행한다. 기증자는 이식을 준비하는 동안 불필요한 약 복용을 제한한다.

환자의 경우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로 암세포를 제거한다. 또, 이식받을 조혈모세포가 거부 반응 없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면역 억제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종 이식에서 조혈모세포 채집은 혈액에서 채집하는 방법과 골반 뼈에서 골수를 채집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이식 후 생착까지 걸리는 기간은 혈액에서 채집한 경우 13~30일, 골수에서 채집한 경우 17~24일, 제대혈 이식인 경우에는 21~28일이 걸린다.

동종 이식을 위해 채집한 조혈모세포는 자가 이식과 달리 냉동하지 않고 약간의 처리 과정만 거친 뒤 환자에게 바로 이식한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 후 가장 흔히 나타나는 3대 합병증은 감염ㆍ이식편대 숙주병ㆍ내장 기관 손상이다. 환자는 이식 후 면역을 회복하는 데까지 시일이 상당히 걸리므로 각종 감염에 취약해진다.

생착 전에는 세균과 곰팡이, 생착 후에는 바이러스 감염이 문제가 된다. 이식 후 청결한 생활 환경을 유지하는데 주의를 기울이고 음식을 먹을 때에도 위생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이식 후 환자에게 형성되는 면역 시스템은 다른 사람 것이기에 환자의 정상 세포를 다른 사람의 것으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반응이 잘 조절되지 않아 정상 조직이 손상되는 것이 이식편대 숙주병이다.

이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고용량 항암제, 전신 방사선 치료,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인한 심장ㆍ폐ㆍ간ㆍ콩팥 등이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동종 이식 후 100일까지는 매주 또는 격주로 병원을 찾아 합병증 발생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식편대 숙주병의 징후에 따라 면역억제제 투여량을 조절해야 한다. 이후 1년까지는 2~4주 간격으로 정기검사를 시행한다.

합병증 징후가 없다면 약간의 실외 활동이 가능하지만 장거리 여행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직장 복귀 계획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또한 회복을 위해 적절한 영양소 관리가 필수적이므로 체중이 계속 줄거나 음식 섭취량 회복이 어렵다면 전문적인 영양 상담이 필요하다.

김병수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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