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설립 문턱 낮아진 국제학교… 강원 부산 경기 전북도 설립 붐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국제학교 설립 움직임이 전국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020년 외국교육기관법(5조) 개정으로 승인 권한이 교육부 장관에서 시도 교육감으로 바뀐 데다, 특별자치도 특례조항을 통해 설립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제학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건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이 당선된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서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강원도와 강원교육청은 24일 "올해 6월 11일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 관련 특별법에 '교육특구 내 국제학교 설립 및 운영할 수 있다'는 특례 조항(특별법에 근거한 일종의 혜택)을 담았다"고 밝혔다.
학교 설립 주체는 강원도와 시군, 외국 법인으로 강원교육감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국제학교 설립이 가능해진다.
김진태 지사와 보수성향의 신경호 교육감이 국제학교 설립에 적극적이다. 벌써부터 외국인 투자유치와 글로벌 인재육성, 지역개발을 기대하며 춘천시와 원주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강원도와 강원교육청은 2011년 이후 특별자치도 특례를 통해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영어교육도시에 들어선 4개 학교가 낸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산하 학교운영법인인 제인스가 운영하는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LCS Jeju)와 브랭섬홀 아시아(BHA), SJA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Jeju) Jeju 등 3개 학교의 평균 충원율은 2019년 73.7%에서 2020년 78.4%, 2021년 88.9%로 올라서더니 지난해엔 93.7%를 기록했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대학 입학 전 과정을 한곳에서 운영하고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학력이 인정되는 장점으로 인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유학 수요가 제주로 몰리며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상당수 졸업생이 국내외 명문대에 합격하면서 초등과 중등 일부 학년은 오랜 기간 입학을 대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들 국제학교가 조기유학 수요를 흡수하면서 지난 11년 동안 1조1,196억 원의 외화절감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영어교육도시 학생 1인당 제주지역 내 소득창출효과는 연간 4,100만 원가량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재학생 4,812명을 감안하면 2,000억 원에 가까운 경제효과를 발생시킨 셈이다.
민기 제주대 교수는 "제주의 국제학교들은 해외 유학을 가야 할 학생들을 국내로 유턴시키자는 정책 목적으로 설립했고, 외화절감 등 효과를 내고 있다"며 "강원도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특별법을 통해 국제학교를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시도 이런 효과를 기대하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영국왕실에서 후원하는 국제학교 유치에 나섰다. 2021년 협약 이후 학교 부지(4만1,117㎡)를 확보한 부산시는 2026년 9월 부산캠퍼스 개교를 목표로 영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와 내년 1월 출범하는 전북 특별자치도도 국제학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학교 유치가 여론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건 아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에 역행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학교 1년 학비는 최대 5,000만 원에 달해 '귀족 학교'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까지 5,000억 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제주 국제학교의 경우 '나랏돈으로 부유층 학교를 지어줬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명분으로 설립된 대구 국제학교의 경우 재학생 대부분이 내국인이거나 재외동포로 구성돼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제학교가 지역사회와 단절된 채 명문대와 상류층을 지향하는 '그들만의 학교'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유다.
매년 해외 본교에 지급하는 수십억 원의 로열티와 부동산 및 사교육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삼영 모두를 위한 교육포럼 대표는 "국제학교는 공교육의 큰 틀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