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송강호 마동석 이정재가 '신트로이카'라고 하는데…

입력
2023.01.21 12:01
27면
구독
마동석이 2019년 7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콘텐츠 축제 코믹콘의 마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와 함께 서서 관객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마블 영화 '이터널스'(2021)에 함께 출연했다. 샌디에이고=AP 연합뉴스

마동석이 2019년 7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콘텐츠 축제 코믹콘의 마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와 함께 서서 관객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마블 영화 '이터널스'(2021)에 함께 출연했다. 샌디에이고=AP 연합뉴스

요즘 한국 영화계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배우는 누구일까. 최근 만난 한 관계자는 송강호와 마동석 이정재를 꼽았다. 세 배우의 출연료가 2위 그룹 배우보다 월등히 높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이들을 한국 영화계 ‘신트로이카’로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세 배우의 공통점은 ‘글로벌’이다. 송강호는 ‘기생충’(2019)이 오스카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에 오르며 세계에 얼굴을 널리 알렸다. 지난해에는 ‘브로커’로 칸영화제 남자배우상을 국내 첫 수상하기도 했다. 마동석은 한국 배우 최초로 마블 영화 ‘이터널스’(2021)에 출연했다. ‘부산행’(2016)을 발판 삼은 할리우드 진출이었다. 이정재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021)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는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인 ‘애콜라이트’를 촬영 중이다.

해외 인지도가 높고 할리우드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배우들이니 몸값 상승은 당연하다. 이들을 한국 영화에 출연시키려면 할리우드 정도는 아니어도 예전에는 엄두를 내기 힘들었던 돈을 줘야 한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를 경험하고 돌아오면 몸값이 이전보다 껑충 뛰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유명 배우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신인 배우들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공개될 드라마 위주로 오디션을 본다고 한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으로 세계에 얼굴을 알리면 순식간에 세계적 스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고, 출연료를 빠르게 높일 수 있어서다. 신인 배우 정호연, 독립영화 위주로 활동했던 이유미가 ‘오징어 게임’으로, 신인 김민하가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로 세계인이 알아보는 스타가 된 게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영상산업의 급속한 재편, K콘텐츠의 발 빠른 세계 진출 등이 불러온 결과다.

배우들이 세계로 나아가고 몸값이 오르면 박수 받을 일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톱스타들이 많은 돈을 받고, 그들이 출연한 영화가 더 큰 돈을 벌어들인다면 문제 될 게 없다. 톰 크루즈는 ‘탑건: 매버릭’(2022)으로만 1억 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한국 배우도 크루즈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한국 영화는 최근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극장 관객이 쪼그라진 이후 회복세가 더디다. 이미 제작된 영화들조차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지금은 원가 5,000원짜리 물건이 4,500원에 팔리는 상황”이라고 비유하며 “시장이 뻔히 보이는데 언제까지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른 건 출연료뿐만 아니다. 스태프의 인건비는 코로나19 이전 많이 상승했다. 연출부원이 감독 되기를 주저할 정도로 돈벌이가 나아졌다고 한다. 저임금에 시달리던 이들이 제대로 돈을 받게 된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에 따라 제작비가 높아지고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한국 영화라는 배는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데, 탑승한 사람 다수는 아직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방법은 없을까. 각자 입장이 다르다 해도 공생을 추구해야 한다. 톱스타들이 먼저 당분간 출연료 상한선을 정하는 건 어떨까. 1980~1990년대 한국 영화가 침체에 빠졌을 때 당대 최고 배우 안성기가 출연료를 1억 원으로 한정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공멸을 피할 때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대체텍스트
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