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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폭우, 겨울엔 화재까지... 설 연휴 전날 집 잃은 구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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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20일 큰불이 나면서 주택 60채가 전소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7분쯤 구룡마을 4지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4지구 내 한 교회 근처에서 발생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5지구까지 옮겨붙으며 마을 일대로 빠르게 확산됐다. 한 주민은 "곳곳에 놓인 액화석유가스(LPG)가스통이 펑펑 터지는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1시간 뒤인 오전 7시 26분쯤 인근 5, 6개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인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과 경찰, 강남구청 직원 등 918명이 투입됐고, 소방헬기 10대와 장비 68대 등이 동원됐다. 불은 5시간 만인 오전 11시 46분쯤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저지선을 구축해 불길이 인근 구룡산과 대모산 등으로 번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최초 발화지점을 4지구 인근 주거지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4~6지구 주민 5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가건물 형태의 주택 60여 채가 불에 타면서 2,700㎡가 소실됐다. 소방당국은 화재에 취약한 구룡마을 구조 탓에 불길이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룡마을 주택 대부분은 '떡솜(보온용 솜)', 비닐, 합판 등 불에 타기 쉬운 자재로 지어졌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데다 LPG가스통과 전선 등이 얽혀 있어 작은 불씨가 대형 화재로 번지는 일이 적지 않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이재민 60여 명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원식(73)씨 집은 지난해 8월 강남 일대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됐다. 이후 피해 지원금 등을 받아 겨우 수리한 '새집'이 이날 두 달 만에 잿더미로 변했다. 장씨는 "설 연휴에 주민들과 함께 식사하려고 김치 등 먹거리를 준비했는데 그마저도 모두 타버렸다"고 망연자실해했다.
구룡마을에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지흥수(75)씨도 “집이 없어진 건 처음 겪는 일"이라며 "명절 전날에 이런 일을 당하니 황당하다"고 눈물을 훔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강남구청에 “이재민 주거이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생필품 지원 등을 통해 불편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강남구청은 이재민들을 위해 관내 호텔 4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 또한 화재 현장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지원책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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