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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입했던 '알뜰폰 도매가격 규제' 폐지법 발의…1200만 소비자에 약일까, 독일까

입력
2023.01.24 12:00
수정
2023.01.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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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신망 도매가격 규제로 가격형성 개입
도매가격 상한선 효과…서비스 정체 부작용도
윤영찬, 알뜰폰 도매가격 규제 폐지법 발의
도매가격 자율경쟁으로 서비스 개선 유도 목적

대형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중소 알뜰폰사업자에게 통신망을 판매할 때 받는 도매가격 규제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의 휴대폰 매장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대형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중소 알뜰폰사업자에게 통신망을 판매할 때 받는 도매가격 규제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의 휴대폰 매장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알뜰폰 서비스 경쟁 촉진 기대합니다.
(대형 통신사 관계자)
vs
도매가격 상한선이 없어지니 불안하죠.
(알뜰폰업계 관계자)


저렴한 통신비가 강점인 알뜰폰이 설 명절 화두가 됐다. 현재 정부는 대형 이동통신사업자(MNO)들이 중소 알뜰폰사업자(MVNO)에게 받는 통신망 도매가격 형성에 간접 개입하고 있는데, 이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1,2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알뜰폰 시장의 성장으로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만큼 알뜰폰 도매가격 규제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알뜰폰 도매가격에 개입하나


정부는 알뜰폰사업자들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2010년부터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알뜰폰사업자들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2010년부터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알뜰폰은 자체 통신망을 갖고 있지 않은 중소형 알뜰폰사업자(MVNO)들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같은 대형 이동통신사업자(MNO)로부터 통신망을 도매로 빌려와 일반 소비자에게 싼값에 되파는 제도다. 2020년 911만 명이었던 알뜰폰 가입자는 2021년 1,036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10월에는 1,246만 명으로 증가했다.

현재 정부는 통신업계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이 알뜰폰사업자에게 빌려주는 통신망 도매가격을 정부와 협의토록 규제하고 있다. 이른바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 알뜰폰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게 돕기 위해 2010년부터 시행됐다. 기존 통신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SK텔레콤의 통신망 도매가격을 정부와 협의토록 함으로써 KT와 LG유플러스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도한다.

이 제도를 기반으로 정부와 협상을 벌인 SK텔레콤은 올해 알뜰폰사업자에게 주는 통신망 도매가격을 데이터는 19.8%, 음성통화는 14.6% 낮추기로 했다. 도매가격은 원가기준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최대 20%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가 나올 수 있다.

당초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는 일몰제로 지난해 9월 끝났지만, 이런 긍정적 효과에 힘입어 일몰 시기를 연장키로 결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돕기 위해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유효기간 연장을 추진한다"며 정책 입법을 준비 중이다.



알뜰폰 도매가격 규제 폐지법, 왜 나왔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알뜰폰사업자들의 서비스 개선과 설비투자 촉진을 목표로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오대근 기자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알뜰폰사업자들의 서비스 개선과 설비투자 촉진을 목표로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오대근 기자


논란은 국회에서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알뜰폰 도매가격 규제를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제도는 SK텔레콤이 정부와 협의한 도매가격을 상한선으로 알뜰폰사업자와 도매가격을 협상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SK텔레콤과 개별 알뜰폰사업자가 제한선 없이 도매가격을 협상한다.

언뜻 보기에 이 법안은 대형 이동통신사들에 유리한 제도로 보인다. 어떤 형태로든 도매가격 규제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윤 의원은 왜 이런 법안을 냈을까.

우선 정부가 도매가격에 사실상 상한선을 설정해주면서 알뜰폰사업자들의 설비 투자가 부족해졌고,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윤 의원은 전체 40여 개 알뜰폰사업자 중 자체 설비를 보유한 사업자가 단 한 곳에 불과했고, 이용자 보호와 편의 지원을 위한 고객센터 서비스조차 원활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서비스와 가격 경쟁에서 뒤처진 일부 알뜰폰사업자들도 서비스 개선에 나서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윤 의원은 "알뜰폰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에만 기대기보다는 자율적 환경 속에 있는 시장에서 자체 경쟁력과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알뜰폰업계도 규모에 맞는 설비 투자를 추진해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윤 의원은 급작스러운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 일몰 기간을 3년 연장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형 이통사와 알뜰폰사업자 간 협정을 반려할 수 있는 '시정명령권'을 법안에 담았다.



도매가격 규제 폐지, 소비자에게 약일까 독일까


통신3사 망별 알뜰폰 가입자 수. 그래픽=신동준 기자

통신3사 망별 알뜰폰 가입자 수. 그래픽=신동준 기자


쟁점은 알뜰폰 도매가격 규제를 폐지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처음 도매가격 규제가 만들어질 때 기본 취지가 알뜰폰사업자들에 대한 안정적 사업지원을 바탕으로 알뜰폰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있었고, 일정 부분 성과도 보였다.

다만,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는 실효성에 여러 의문점이 있다. 우선 해당 법안 적용 대상은 기존 통신업계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뿐이다. 하지만 현재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는 약 238만 명으로, KT(636만 명)와 LG유플러스(371만 명)에 모자랐다. 이동통신업계 1위가 알뜰폰 통신망 점유율에선 꼴찌인 셈. 이런 이유로 '오히려 SK텔레콤이 아닌 KT나 LG유플러스에 도매가격 규제를 가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왔다.

알뜰폰업계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가 3년 일몰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알뜰폰사업자들의 안정적 경영에 딱히 도움이 안 된다는 것. 이런 이유로 알뜰폰업계는 도매대가 규제의 일몰기한 자체를 삭제하고 대형 이통사가 영구적으로 통신망을 의무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뜰폰 도매가격 규제 폐지에 대형 이통사와 알뜰폰업계는 온도 차를 보였다. 우선 알뜰폰업계는 난처한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 규제로 통신망 도매가격은 꾸준히 인하됐다"면서 "도매가격 상한선이 사라지면 가격이 고착화되거나 높아질 가능성도 있고 소비자에게 되파는 가격에도 영향이 가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이 크게 성장은 했지만 아직 대부분 사업자들은 자금력 등이 부족하다"며 "완전 자율경쟁 시장이 열리면 일부 업체들이 쉽게 밀려나고 대형 이통사들의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만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대형 통신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도매가격 규제나 망 제공 의무화가 사라진다 해도 통신사들이 알뜰폰 망 제공에서 철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알뜰폰사업자들이 서비스 개선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것은 사실"이라며 "도매가격 규제가 없어지고 자율경쟁이 활성화되면 알뜰폰업체들의 서비스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알뜰폰 도매가격 규제 폐지법안이 시장에 미칠 여파를 속단하긴 어렵다. 도매가격 규제 제도는 실효성과 부작용을 모두 보여줬고, 제도를 바라보는 통신업계의 시선도 제각각이다. 최근에는 토스와 KB국민은행 같은 금융사들까지 알뜰폰시장에 뛰어들며 시장경쟁은 치열해졌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소비자들이 더 싼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따라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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