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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희망

입력
2023.0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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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중 약식 결혼식 올리는 우크라이나 병사들
공습 대피 중에도 태연하게 춤 추는 키이우 시민들
암울한 전쟁 중에도 '일상회복' 희망 꿈꾸는 우크라이나인들


지난해 3월 8일 우크라이나 방위군 대원인 올렉산드르(오른쪽)와 올레나가 결혼식서 얼굴을 맞대고 있다. 우크라이나=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3월 8일 우크라이나 방위군 대원인 올렉산드르(오른쪽)와 올레나가 결혼식서 얼굴을 맞대고 있다. 우크라이나=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3월 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블록포스트에서 방위군 대원인 발레리(가운데)와 레샤(오른쪽)가 결혼식을 하고 있다. 블록포스트=EPA 연합뉴스

지난해 3월 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블록포스트에서 방위군 대원인 발레리(가운데)와 레샤(오른쪽)가 결혼식을 하고 있다. 블록포스트=EPA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4일 우크라이나 위문공연단이 러시아 국경 인근 하르키우에서 방위군 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크리스마스 기념 공연을 하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4일 우크라이나 위문공연단이 러시아 국경 인근 하르키우에서 방위군 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크리스마스 기념 공연을 하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보듬고 사랑하며 춤추고 노래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11개월째를 맞고 있다. 치열한 전투에 투입되는 군인들도, 공습과 대피가 일상화된 도시의 시민들도 전쟁에 지쳐가는 건 마찬가지. 그러나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 만은 잃지 않고 있다.

포연이 자욱한 전장에서 결혼식이 심심찮게 열린다. 군종 신부의 간단한 주례로 진행된 약식 결혼식이지만 사랑하는 배우자이자 전우인 신랑과 신부는 부부가 된 이 순간이 더없이 행복하다. 드레스 대신 군복을 입은 신부는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더 나은 것을 꿈꾸며 지금을 살아야 한다"며 희망을 얘기했다.

하지만 평상시처럼 거나한 피로연이나 달콤한 신혼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현실. 신랑 신부는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각자의 임무로 돌아가 전투를 대비했다.

1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대규모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피해 지하철역 내부로 대피한 시민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1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대규모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피해 지하철역 내부로 대피한 시민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5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보이스카웃 대원들이 성탄절 예배 도중 촛불을 들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5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보이스카웃 대원들이 성탄절 예배 도중 촛불을 들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4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 방위군 진지에서 한 군목이 성탄절을 기념하며 한 병사를 축도하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4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 방위군 진지에서 한 군목이 성탄절을 기념하며 한 병사를 축도하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최전선에서는 음악 소리와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흘렀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이곳을 찾은 작은 공연단이 노래와 인형극 등 조촐한 위문공연을 연 것이다. 러시와 군과의 전투가 끊이지 않는 격전지이기에 늘 삼엄한 경계 근무를 서야 하는 곳이다. 저마다 편한 자세로 참호 옆 통나무 더미에 걸터앉은 우크라이나 방위군 병사들은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지친 심신을 달랬다.

인근 진지에서 군종신부는 성탄 전야지만 교회를 갈 수 없는 병사를 위해 십자가를 들고 일일이 축도를 해주었다. 혹한 속 장기전으로 지친 장병들은 마음의 안식과 함께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창인 6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정교회 크리스마스이브 축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리비우=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창인 6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정교회 크리스마스이브 축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리비우=AF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7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어린이들이 정교회 성 니콜라스의 날 축하하며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하르키우=EPA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7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어린이들이 정교회 성 니콜라스의 날 축하하며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하르키우=EPA 연합뉴스


6일 우크라이나 리비우 시내에서 열린 정교회 크리스마스 이브 퍼레이드에 참석한 한 어린이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리비우=AP 연합뉴스

6일 우크라이나 리비우 시내에서 열린 정교회 크리스마스 이브 퍼레이드에 참석한 한 어린이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리비우=AP 연합뉴스

전쟁의 참혹함은 전선과 도시를 구분하지 않는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전기와 난방 등 기반시설을 노린 러시아의 공습이 도시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공습을 피해 내려온 지하철역에서 음악에 맞춰 태연히 춤을 추기도 하고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전통 퍼레이드를 보며 전쟁의 공포를 잊고 있다. 정교회 크리스마이브였던 지난 6일 하르키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화려한 복장을 한 어린이들이 모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퍼레이드를 벌였고, 시민들은 힘을 얻었다.

전쟁의 암울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모았다.

지난해 3월 19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보육원에서 보모가 신생아를 보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지난해 3월 19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보육원에서 보모가 신생아를 보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지난 해 10월 17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지아에서 전쟁 포로의 가족들이 석방을 기쁘게 맞이하고 있다. 자포리지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해 10월 17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지아에서 전쟁 포로의 가족들이 석방을 기쁘게 맞이하고 있다. 자포리지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3월 8일 우크라이나 방위군 올렉산드르(왼쪽)와 올레나(가운데)가 미상의 검문소에서 정교회 사제가 주관한 가운데 열린 결혼식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3월 8일 우크라이나 방위군 올렉산드르(왼쪽)와 올레나(가운데)가 미상의 검문소에서 정교회 사제가 주관한 가운데 열린 결혼식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 의무병 유지니아(오른쪽)와 올렉산드르가 지난해 12월 24일 도네츠크 지역 라이만에서 결혼식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라이만=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 의무병 유지니아(오른쪽)와 올렉산드르가 지난해 12월 24일 도네츠크 지역 라이만에서 결혼식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라이만=AP 연합뉴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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