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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 놀이터'에서 울린 부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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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부자들의 놀이터’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부유세 부과 주장이 울려 퍼졌다. 13개국 갑부 205명이 “초부유층인 우리에게 지금 당장 세금을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17일 공개서한에서 “분열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올해 포럼 주제)을 논의하기 위해 다보스에서 열린 글로벌 엘리트 모임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월트 디즈니 상속자인 애비게일 디즈니, 영화 ‘헐크’ 주인공 마크 러펄로 등이 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 디즈니나 조지 소로스 등 갑부들이 부유세를 자청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상위 1%들이 모이는 다보스에서의 외침은 각별하다. 3년 전 다보스포럼에서는, 소득이 1,000만 달러를 초과하면 세율을 60~70%까지 올리자고 주장했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 하원의원에 대해 거센 비판이 나왔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양극화가 더 급속히 진전된 사실이 부유세에 대한 명분을 키웠을 것이다.
□ 대기업이 성장하고 부자들 소득이 늘면 낙수효과에 따라 모든 국민이 그 과실을 누릴 것이라는 믿음이 한때 굳건했다. 하지만 이제는 미신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1950~60년대 미국인의 소득은 전 계층에서 고루 늘었지만 1980년대에는 고소득자일수록 더 늘었고 하위 20%는 오히려 감소했다. 1980년대 이후 불평등은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추세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다보스포럼 개막일에 발표한 ‘초부유층의 생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창출된 부 42조 달러의 3분의 2(63%)가 상위 1%에 집중됐다.
□ 부자들이 부유세를 자청하는 것은 단지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심각한 불평등이 시장경제에도 위협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토마 피케티 등 일군의 학자들은 부를 재분배하는 개입 없이는 불평등이 완화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법인세를 깎아주면 기업이 투자를 늘릴 것이고 영세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다주택자 중과세를 덜어주겠다는 현 정부가 느끼는 바가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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