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초적 사리 판단 못 해"...윤 대통령 '이란 발언' 직격

박홍근 "외교라인 교체 불가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홍근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 논란을 두고 “기초적 사리 판단도 못 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에서 “형제국이라는 UAE를 난처하게 만들고 이란을 자극하는 매우 잘못된 실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현지 교민들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우리 선박들이 적지 않은 곤경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 중인 우리 부대를 방문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언급해 이란 정부가 거세게 반발하며 파장이 커졌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북한 핵 미사일 고도화, 일본 전수방위 원칙 폐기와 같이 동북아 국제질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격변을 맞고 있어 이럴 때일수록 국익을 최우선으로 치밀하고 실용적인 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전쟁 불사’를 외치고 ‘친구의 적은 나의 적’이라는 단세포적 편향 외교로는 국민과 나라의 이익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이란 발언 논란을 계기로 정부·여당의 대북 강경 기조와 일본과의 화해 무드 조성 노력 등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란 발언을 ‘망발’로 규정한 뒤 “남의 나라 외교에 참견하는 것도 문제인데, 대통령이 한술 더 떠 이웃 국가 간 관계를 적으로 규정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맹비난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이란이 UAE의 적대국이 맞지 않느냐’며 윤 대통령 발언을 엄호한 것에는 “불난 집에 더 큰 부채질을 해댔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 경호실장을 자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더 이상의 외교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외교라인 교체는 불가피하다”며 외교부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 등의 경질을 요구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임지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