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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이냐, ‘유령’이냐···어머니, 어떤 영화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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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극장가 상차림은 수수했다. 한국 상업영화는 ‘공조2: 인터내셔날’ 한 편뿐이었다. 여름 극장가에서 한국 대작 4편(‘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이 1주일 간격으로 잇달아 개봉했으나 큰 재미를 못 본 영향이 컸다. 올 설 연휴는 다르다. 대작 영화 2편이 흥행 대전을 펼친다. ‘교섭’과 ‘유령’이 18일 나란히 개봉하면서 명절 관객은 오랜만에 골라보는 재미를 느끼게 됐다.
‘교섭’과 ‘유령’은 외형상 비슷한 면이 많다. 제작비부터가 큰 차이가 없다. ‘교섭’은 순수 제작비만 140억 원이 들었고, ‘유령’은 137억 원이 투여됐다. 대작으로 분류할 수 있는 규모다. 중량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교섭’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과 ‘리틀 포레스트’(2018)의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다. ‘유령’은 ‘독전’(2018)의 이해영 감독 신작이다.
내용과 장르는 확연히 다르다. ‘교섭’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을 소재로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사연을 다룬다. 황정민이 외교부 간부 정재호를, 현빈이 국가정보원 요원 박대식을 각각 연기했다. 절친한 선후배로 알려진 황정민과 현빈이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추었다. 외교원칙을 내세우는 정재호, 국민의 목숨을 중시하는 박대식이 대립하다 협력하게 되는 과정이 액션과 스릴로 표현된다. 낯선 해외 풍광이 동공을 자극한다. 완급조절이 능숙한 연출, 하나 같이 제 역할을 다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강점이다.
‘유령’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유령’이라 불리는 항일조직 흑색단의 활약과 이들을 잡으려는 일본 헌병의 이야기를 그렸다. 조선 총독을 암살하기 위해 총독부에 잠입한 스파이가 누구인지가 초반 흥미를 돋우고, 중반을 넘어서선 총격전이 스크린을 장식한다. 이전 독립운동 영화들과 달리 색감과 카메라 움직임, 의상 등 스타일을 강조했다. 좋고 싫음이 명확하게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설경구와 박해수가 악질 헌병으로 각각 출연하고, 이하늬가 흑색단 조직원 차경을 연기한다. 박소담은 정체가 불분명한 유리코를, 서현우는 총독부 조선인 직원 천 계장을 각기 맡았다. 중국 소설 ‘풍음’을 밑그림 삼았다. 같은 원작으로 만들어진 중국 영화 ‘바람의 소리: 유령’(2009)이 있기도 하다.
규모가 작으나 만만치 않은 완성도를 지닌 작은 영화들도 선보인다.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의 신작 ‘유랑의 달’은 예술영화 애호가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납치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15년 만에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 감독은 ‘악인’(2011)과 ‘분노’(2017) 등을 만들며 일본 영화계에서 작가주의 감독으로 인정받아왔다. 일본 동명소설을 원작 삼아 제작됐다. ‘설국열차’(2013)와 ‘기생충’(2018) 등의 홍경표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아 국내 영화계에서 화제가 됐다.
전체 관람가인 미국 뮤지컬 영화도 만날 수 있다.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로 노래하는 악어 ‘라일’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한 가족이 겪게 되는 일을 노래와 춤으로 유쾌하게 그려냈다. 한국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겨울이야기’도 극장가를 찾는다. 신상옥(1926~2006) 감독의 유작이다. 신 감독이 세상을 떠난 지 17년 만에 개봉한다. 치매를 앓는 노인(신구)을 둘러싸고 가족이 겪는 일을 담았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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