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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강국 미국을 노리는 네이버웹툰... "쌀집에 쌀 팔겠다는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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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6년째 네이버웹툰을 이끄는 김준구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는 샛노란 머리였다. 네이버웹툰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사실 그의 염색엔 사연이 있다.
"(2014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미국인들과) 아무리 밥 먹고 친하게 지내도 다음 날이면 저를 알아보지 못하더군요. 너무 기억을 못 하기에,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금발로 염색을 했어요. 머리색을 바꾸니까 한 번만 만나도 인상이 강렬했는지, 기억을 잘 해주더라고요."
그렇게 5년 이상 머리를 탈색했던 김 대표는 재작년 검은색 본래 머리로 돌아왔다. 누가 물어보면 "탈모가 심해질까 봐"란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이젠 염색할 필요가 없어진 게 진짜 이유다. 김 대표는 "다행스럽게도 재작년쯤부터 상대방들이 저를 기억해 주더라"며 "때로는 제가 기억을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이젠 다시 바꿔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머리색은 미국 시장을 일구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과 노력을 상징하는 셈이다.
2014년 김 대표와 직원 5명이 시작한 네이버웹툰 미국 서비스는 사람들이 먼저 알아봐 줄 정도로 날개 단 듯 비상하고 있다. 2019년 600만 명이었던 미국 월간 이용자 수는 지난해 초 1,500만 명을 찍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이용자 규모로 봤을 때 미국에선 네이버웹툰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라며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아이즈너상을 비롯해 미국 3대 만화상을 석권한 2022년은 의미 있는 해였다"고 자평했다.
미국 등 해외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김 대표는 최근 해외에 체류하는 날이 더 많다고 한다. 그의 대면 기자간담회는 4년 만으로, 미국 진출 중간보고의 성격으로 진행됐다.
김 대표는 미국 진출 초창기의 기억을 꺼냈다. 그는 "미국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컴퓨터를 사다 설치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맨땅에서 시작한 미국 시장 공략이었다. 그는 "지금이야 12만 명의 창작자가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 활동하지만, 처음엔 작가 400명에게 연재를 권하는 메일을 매일같이 보냈다"며 "그중 50%는 읽지 않고, 나머지 50%는 읽어도 답을 주지 않았고 답장 한 통도 받지 못한 날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큰 상을 받을 때보다 일상에서 네이버웹툰을 알아봐 줄 때 오히려 더 인기를 실감한다고 한다. 김 대표는 "요즘도 미국 카페에서 누군가 웹툰을 보고 있으면 꼭 말을 걸고 '이용하면서 불편한 건 없느냐' 물어본다"며 "그때 '내가 이걸 만드는 팀의 멤버'라고 하면 '너무 좋다, 고맙다'고 말하면서 꼭 끌어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미국 진출 초반 작가들이 네이버웹툰을 신뢰하지 못하자, 한국으로 초대해 네이버 사옥을 보여주며 "한국에선 웹툰 작가가 3년 이상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 살아남으면 집을 산다, 당신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그때 한국에 왔던 미국 1세대 작가에게서 지난해 메시지를 받았다. 그 작가는 "사실 당신이 한국에서 그 얘기를 했을 때 사기꾼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오늘 집 계약을 했다"며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 일화를 전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이버웹툰은 미국 웹툰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김 대표가 여러 차례 목표로 밝혀 온 '포스트 디즈니'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김 대표는 "다른 웹툰 업체와 경쟁하기보다는 넷플릭스처럼 '이용자의 시간'을 많이 점유하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웹툰 플랫폼 간 경쟁보다는 웹툰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이 과제란 뜻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웹툰은 올해도 시장을 놀라게 할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배트맨 지적재산권을 가진) DC코믹스와의 협업을 통해 웹툰을 보지 않았던 이들이 플랫폼으로 많이 유입됐고, 웹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지금은 말씀드리기 이르지만, 상반기 중 (그와 비슷한) 협업 사례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만화·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강국인 미국에 웹툰을 파는 일을 "쌀집에 쌀 파는 것"에 비유했다. 이어 "미국 시장의 성과는 네이버뿐 아니라 웹툰 업계 전체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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