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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력 국내 소형 원전 전문가, 덴마크 회사가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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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년 동안 원자력을 연구해온 A씨는 정년이 1년 남짓 남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떠나 이달 덴마크로 간다.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원자력기업 시보그에서 2028년까지 일하기로 했다. 시보그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라 불리는 용융염 원자로를 개발한다. 워낙 최신 기술이라 전문인력이 많지 않기에 시보그는 소형 원자로 설계부터 운영까지 해본 A씨의 경험을 높이 샀다.
A씨는 “그간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로 진출한 인력은 많았지만, 연구자가 해외 원자력기업에 개별 취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정년 이후에 대한 개인적 고민과 시보그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원자력계에 따르면 A씨의 해외 SMR 기업 진출은 최근 원자력산업의 변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대형 원전의 한계에 맞닥뜨린 세계 원자력계가 전기출력이 절반 이하인 소형 원전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원자력연이 자체 개발한 소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 설계에 참여했다.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JRTR)를 수출할 땐 현지에 가서 개념설계부터 시작해 시운전까지 마쳤다. 스마트와 JRTR는 전기출력이 각각 100메가와트(MW)와 5MW로, 1,000MW 이상인 일반 원전보다 훨씬 규모가 작다. 부지와 안전성 등의 문제로 성장이 제한적인 원전 산업의 출구로 소형 원자로가 꼽히는데, 은퇴를 앞둔 국내 베이비붐 세대 원자력 전문가들에겐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우리 학회에 해외 기업들의 가입이나 후원 문의가 늘었다”고 귀띔했다.
개인에겐 기회지만 국가 차원에선 인력 유출 측면도 있다. 우리 원전 산업도 소형 원자로 쪽으로 재편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내 원전 산업 구조는 신설 물량이 쏟아지던 시절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설계, 핵연료, 주기기 등 영역별로 소수의 기업이 공급을 독점한 채 물량이 생기면 흥했다가 없으면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현 체계로는 산업이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임채영 원자력연 미래전략본부장은 “단순히 원전 규모를 줄이는 걸 넘어 다양한 형태의 수주가 이어지도록 산업 구조를 바꾸고 민간이 활발히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형 원자로는 상대적으로 부지가 작고 출력 조절이 쉽다. 운전 장소와 방식도 다양하다. 정부는 소형 원자로를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올해부터 혁신형 SMR 개발을 시작한다. 윤석열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소형 원자로 개발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에 발맞춰 SMR에 대한 안전규제 체계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전성과 경제성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관련 기술 대다수가 아직 실증되지 못한 데다 사용후핵연료(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문제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대형 원전보다 짓는 데 돈이 더 들고, 아무리 작게 만든다고 해도 원전은 원전이라 국민 수용성이 갑자기 높아질 리 만무하다. 이런 한계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소형 원자로는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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