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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인종우대제도와 공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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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올해 상반기 중 대학 입학에서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소수인종우대제도(AA)’의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이라는 단체가 백인과 아시아 학생들이 차별을 받는다며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에 제기한 위헌소송에 대한 판단이다. 대법원은 2003년과 2016년 각각 7-2, 4-3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6대 3으로 보수 우위인 현 대법원의 이념 지형으로 보면, 이번에는 위헌 결정이 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 제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던 여러 논리는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다양성 확보를 위해 제도가 필요하다는 논거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 사건 변론에서 대법관들은 해당 대학들에 “특정 인종의 학생들이 반드시 독특한 관점을 가졌느냐”고 캐물었다. 종교나 계급 등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은 다양한데 왜 인종적 다양성만 특별 취급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74%가 인종이나 민족을 입학 결정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미국의 33개 대학들은 이 제도가 폐지될 경우 대학 내 흑인 학생 비율은 7.1%에서 2.1%로 떨어지고 “1960년대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 소수인종우대제도는 대학 ‘정의론' 수업의 단골 소재다. 상황과 특성에 따라 소수집단의 특화된 권리를 의식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보는 아이리스 영(1949~2006)이 대표적인 ‘소수인종우대제도’ 옹호론자다. ‘차별’이 특정 소수 집단의 구조적 억압을 약화시키는 목적에 기여한다면 그런 차별은 도덕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 급진론자다. ‘페미니즘적 정의론자’로서 영은 국내 진보진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 국공립대 여성교수할당제, 지방인재 채용목표제, 장애인고용의무제 등 국내에도 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할당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능력주의가 ‘공정’의 주된 논거로 부상하면서 일부 보수 정치인 사이에서 이런 할당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의 변화도 없는데 이는 시기상조다. 능력주의에 열광하는 이대남들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유념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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