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박소담 "갑상선암 탓 컨디션 난조, 번아웃으로 오해" [인터뷰]

입력
2023.01.17 08:10
수정
2023.01.17 10:19

박소담, '유령'서 유리코 역으로 열연
엄마 같은 이하늬에 전한 고마움

박소담이 '유령'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CJ ENM 제공

박소담이 '유령'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CJ ENM 제공

번아웃이 찾아온 걸까. 배우 박소담이 '유령'을 찍는 동안 했던 생각이다.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듯해 눈물이 흘렀고 현장에 나가는 일이 두려웠다. 촬영 후 건강 검진을 한 뒤에야 컨디션 난조의 이유를 알게 됐다. '아, 내 몸이 아팠던 거구나. 정신의 문제가 아니었구나.'

박소담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유령'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갑상선 유두암 수술을 받았던 그는 한층 건강해진 모습이었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렸다. 박소담은 유령을 찾으려는 덫에 걸려 호텔로 끌려온 유리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소담의 미친 텐션

박소담이 이해영 감독과의 통화를 떠올렸다. CJ ENM 제공

박소담이 이해영 감독과의 통화를 떠올렸다. CJ ENM 제공

박소담과 '유령'의 인연은 이해영 감독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이 감독의 말을 듣기 전에는 '안부 전화겠지'라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이 감독은 예상과 달리 "소담아, 네가 미친 텐션을 한번 보여주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주연작인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이 감독과 함께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제안이었다. 박소담은 "시나리오를 보기 전부터 미친 텐션이 기대됐다. '어떤 캐릭터이기에 그런 에너지를 뿜어낼까'라고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읽었다"고 전했다.

박소담의 미친 텐션은 액션신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완성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이기까지 박소담은 큰 노력을 기울였다. "총을 든 채로 걷고 뛰는 연습을 많이 했다. 장총이 4kg쯤 되는데 '이거 들고 액션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는 게 박소담의 설명이다. 그는 근력 운동을 이어갔고 실탄 사격장을 찾아 총 쏘기 연습을 했다. 유리코의 서사를 만드는 일이 어렵진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해영 감독에게 달려가면 그가 세심하게 알려줬고 '감독님만 믿고 가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단다.

목소리 잃을 뻔한 박소담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았던 박소담이 건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CJ ENM 제공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았던 박소담이 건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CJ ENM 제공

물론 촬영이 수월했던 건 아니었다. 박소담은 2021년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았으며 이후 수술을 마쳤다. 자연스레 컨디션 난조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는데 촬영 당시 그는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저 번아웃이 찾아온 줄 알았단다. 당시를 떠올리던 박소담은 "매일 현장에 나가는 게 두려웠다. 내 몸이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듯한데 정신적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선배, 감독님들께 죄송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스스로를 의심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두려워하는 박소담에게 "나 그렇게 쉽게 오케이 하는 사람 아니야. 충분히 잘했어"라는 위로를 건네곤 했다.

건강해진 모습의 박소담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그는 "목 안에 혹이 10개나 있었다. 임파선까지 전이돼서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수술이 조금이라도 늦어졌으면 목소리 신경을 잃을 뻔했다. 유리코로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내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됐는데 시기적으로 다행이었다. 후시 녹음을 제대로 못할 뻔했다"고도 전했다. 이 시기에 많은 이들을 만나 자신의 목소리로 인사할 수 있게 된 사실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낀단다.

이하늬의 도움

박소담이 이하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CJ ENM 제공

박소담이 이하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CJ ENM 제공

박소담이 아픈 중에 유리코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하늬의 공이 크다. 이하늬는 촬영 내내 박소담을 엄마처럼 챙겼다. "'왜 이렇게 밖에 못했을까'라고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했는데 선배님들과 감독님들이 당근을 줬다"는 게 박소담의 설명이다. 이하늬는 당근을 선물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박소담은 "이하늬 선배님이 아니었으면 당시 그만큼의 에너지를 못 끌어올렸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병을 알기 전 목이 아픈 게 먼지 속에서 연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시 이하늬는 박소담에게 목에 좋은 사탕을 줬다. 박소담은 이하늬의 마음이 담긴 사탕을 먹으며 버텨낼 수 있었다.

이하늬의 따뜻한 손길은 꾸준히 이어졌다. 박소담은 "최근 녹화하러 갔을 때도 선배님이 갑상선에 좋은 오일을 만들어서 가져다 주셨다"고 했다. 박소담은 이하늬에게 "항상 이렇게 받아서 어떻게 하죠?"라고 물었다. 이때 이하늬는 "넌 또 다른 후배한테 이렇게 해주면 돼"라고 답했다. 박소담은 "선배님 덕분에 영화에서 케미스트리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날 배려해 주시고 도와주셨다"면서 이하늬를 향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투병 후 달라진 점

박소담이 투병 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CJ ENM 제공

박소담이 투병 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CJ ENM 제공

아팠던 시간은 박소담에게 큰 변화를 안겼다. 과거 그의 별명은 '충무로의 공무원'이었다. "좀 쉬엄쉬엄하셔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박소담을 염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당시 박소담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게 됐다.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나. 몸이 '이제 숨 좀 쉬어라' 하면서 보낸 신호인 듯하다"는 그는 자신의 몸과 커리어를 모두 돌보는 삶을 꿈꾼다.

박소담은 '유령' 개봉을 앞두고 홀로 외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을 여행하면서 자연 속을 돌아다니고 스스로를 들여다봤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해외 팬들을 만나며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는 "앞으로 웃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려 한다"는 말로 자신을 걱정해 왔을 이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병을 이겨내고 더욱 단단해진 박소담의 행보에 시선이 모인다.

'유령'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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