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부실한 송전망 대책으로 헛도는 동해안 발전소들
송전망 늘리거나, 대규모 전력수요처 이동시켜야
국가적 낭비와 전력부족 막기 위해 신속대응 필요
우리는 지난 2011년 9월 전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발생한 전국 순환정전을 경험한 바 있다. 이때 정부는 동해안 강릉, 동해, 삼척에 8개의 대형 석탄발전소를 새로 건설하여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2036년이 되면 이들 8개의 용량은 우리나라 전체 석탄발전소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등 전력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가동 중인 5개의 석탄발전소 일부는 송전망 용량의 제약 때문에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동해안에서 수도권 인근까지 전기를 보내는 과정을 송전이라고 하는데, 그간 송전망 확충이 미진했기 때문이다. 송전탑과 같은 송전망을 더 설치하면 좋지만, 2013년 밀양 송전망 사태 이후로 주민 반대가 제법 심한 편이다.
이미 완공되었어야 할 동해안-수도권 송전망 1단계는 작년 말에 겨우 착공되어 2025년 6월을 완공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 일부 지역의 반대로 이 일정을 맞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완공되더라도 송전망 제약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동해안 및 동해안에서 수도권에 이르는 중간 구간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대거 들어서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북 울진에 신규 대형 원전 3개가 들어서고, 폐쇄가 예정되었던 노후원전 2개의 계속운전도 예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가 우선적으로 가동된다. 따라서 가동 중인 5개 및 내년까지 완공될 3개 등 총 8개의 동해안 석탄발전소는 상당한 기간 동안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탈석탄을 추구했던 지난 정부에서 보상을 충분히 하면서 동해안 석탄발전소의 건설을 중단하고 수도권에 발전소를 늘렸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질 않았다. 전력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국가의 허가를 받아 지어진 새 발전소가 놀면서 손해를 보고 그 손해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며, 수도권은 전력 부족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2가지 특단의 해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민의 합의를 전제로 하여 보상을 충분히 하면서 부족한 송전선로를 조기에 완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송전망 건설 및 운영의 책임을 오롯이 지고 있는 한전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할 것이고 공기업으로서의 한계도 가지고 있다. 즉 한전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따라서 송전선로 투자를 민간에 개방할 필요가 있다. 동해안에 입지한 민간 발전사가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투자를 하여 송전선로를 조기에 완공한 후, 관련 시설을 한전에 기부채납하는 방법이다. 한전은 공정하게 송전선로를 운영하면서 민간 발전사의 송전시설 이용료를 감면함으로써, 민간 발전사는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둘째, 수도권의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동해안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인 데이터센터를 수도권에서 이전시키거나 동해안 발전소 인근 지역에 신설할 수 있다. 민간 발전사는 한전을 통하지 않고 인접한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기를 공급하면서 한전보다 전기요금을 낮게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송전망 제약의 문제가 있는 지역에 한해 한전을 통하지 않은 전기 직거래를 허용하면서 각종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다. 아울러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유치를 위해 각종 유인책을 제공할 수 있다. 국회는 이 모든 것을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
동해안 석탄발전소는 수도권의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법과 제도적 절차를 통해 건설되었거나 건설 중이다. 하지만 송전망 제약으로 인해 현재 최신 설비의 일부가 놀고 있고 앞으로는 그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므로, 국가적인 낭비 및 전력 부족이 초래될 수 있다. 앞서 제시한 2가지 해법이 실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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