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제2 진박감별사’가 당 쥐락펴락”… 장제원에 반격

“2016년 ‘총선 패배’ 떠올라… 이대로 가면 안 돼”
“저출산위 직으로 ‘거래’나 ‘자기정치’ 안 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동작구청에서 열린 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제2의 ‘진박 감별사'가 당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자신을 공격한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의 주장을 공개 반박했다. 김기현 의원 당대표 밀어주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친윤(친윤석열)계 비판에 적극 대응하면서 출마 채비에 나선 모양새다.

나 전 의원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그는 “2016년 악몽이 떠오른다.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 논란을 언급하며, 자신을 '반윤'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데 나선 셈이다.

앞서 장제원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3개월 만에 그만두고 당대표 출마를 검토하는 것은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 행태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정치적 ‘거래’를 하거나 ‘자기정치’를 하느라 장관급인 부위원장직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먼저 요구한 자리가 아니란 것이다. 그는 "지난해 가을 대통령실 소속 누군가가 제 집 앞을 찾아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으로 일해달라고 제안했다"며 "깊은 고민 끝에 선의로 수용했고, 자부심과 의욕을 갖고 역할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위원장 직에서 내려온 것도 자신의 정치적 욕심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제가 해외 정책 사례를 소개한 것을 두고 정면으로 비난하고 '포퓰리즘'이라는 허황된 프레임을 씌워 공격했다"며 "더 이상 제대로 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적었다.

이 같은 나 전 의원의 설명은 자신이 ‘반윤’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원 투표 100%로 이뤄지는 전당대회에서 다수 당원이 ‘친윤’ 성향임을 감안해,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출마 행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에 누가 보탬이 되고, 누가 부담이 되는지는 이미 잘 나와 있다. 당원과 국민들도 분명히 그 '팩트'를 알게 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