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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뇌졸중 예방하려고 아스피린 복용? 안 돼요

입력
2023.01.15 06:40
수정
2023.01.15 13:5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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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교수의 심장 건강]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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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아스피린은 심장 질환이나 뇌졸중의 예방 효과를 갖는 명약으로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아스피린이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은 의학 교과서에도 오를 정도의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아무런 이상이 없는 사람도 아스피린을 마치 비타민처럼 매일 복용하며 필요 없다고 해도 의사에게 굳이 처방을 요구한다.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저용량 아스피린은 장용정(腸溶錠)이라 속이 쓰리지 않고 알약도 작고 하루 한 번으로 복용도 편하다. 더구나 대장암 예방효과도 있다고 하니 아스피린에 대한 신뢰는 더욱 단단하다. 의사들도 전에는 같은 생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던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믿음이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아스피린의 동맥경화성 심뇌혈관 질환 1차 예방 효과는 이제 유효하지 않다.

1차 예방이라니 무슨 뜻일까 궁금하다. 2차 예방은 이미 병을 앓은 사람이 다시 같은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예방이며 1차 예방은 위험성은 있어도 병을 앓은 적이 없는 사람에 그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예방이다.

아스피린은 심뇌혈관 질환에서 2차 예방 효과가 확인돼 현재 사용하고 있고 교과서 내용도 여기에 해당한다. 즉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에서 회복한 환자가 다시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복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1차 예방, 즉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심뇌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을 이제는 권유하지 않는다. 이유는 1차 예방 효과는 미미하며 오히려 부작용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의 심뇌혈관 질환 1차 예방 효과를 검증한 2014년 일본의 한 연구는 아스피린에 대한 믿음을 순식간에 허물어 내렸다. 60세 이상 고령인의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같은 고위험군 환자 1만4,464명을 6.5년간 추적한 결과이니 신뢰도도 높다.

이들을 2개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아스피린 소용량 100㎎을 투여하고, 다른 집단에는 아스피린을 투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뇌졸중ㆍ심근경색 발생과 심혈관계 원인의 사망을 추적 관찰했다.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고 이 연구는 조기 종료됐다. 결과가 명백해 그 이상의 추적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표본군, 즉 아스피린을 복용한 군이나 그렇지 않은 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즉, 동맥경화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에게는 아스피린이 심혈관계 사망이나 심근경색ㆍ뇌졸중 발생을 줄이지 못한 것이다.

그뿐 아니다. 아스피린이 1차 예방 효과가 별로라면 부작용이라도 없어야 할 텐데 그렇지도 못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9년 5월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논문 내용이다. 심혈관 질환이 없는 사람이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뇌출혈 부작용이 자주 발생할 것인가를 관찰했는데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발표된 13개 연구를 종합한 대규모 메타 분석으로 13만4,446명을 대상으로 했다. 소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에게서 뇌출혈 발생이 1.4배 높았고 경막하 출혈이나 경막외 출혈은 1.5배 높았다.

이런 출혈 부작용은 체격이 작은 사람이나 아시아인에게서 현저했다니 우리나라에서는 더 신경 쓸 일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다고 심장질환ㆍ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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