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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나경원 '해촉' 아닌 ‘해임’ 초강수…비윤 낙인찍힌 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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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친윤석열계에서는 나 전 의원에게 ‘반윤’이라는 낙인을 새기며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상생과 화합”의 메시지를 냈던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하며 ‘윤심’에 호소했던 나 전 의원은 정치 행로의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당대표 선출을 위한 3ㆍ8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윤 대통령과 정면충돌하게 된 나 전 의원은 정치 생명을 건 선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나 전 의원을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이날 오전 서면 사직서를 제출한 저출산위 부위원장직뿐만 아니라 기후환경대사직까지 물러나게 함으로써 저간의 불편했던 기류를 확실히 보여줬다. 두 자리에 대한 후임자를 곧장 발표한 것도 절충이나 후퇴는 없다는 선언이었다. 윤 대통령이 장ㆍ차관급 고위 공직자를 공개적으로 해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을 발표해 정책 혼선을 불러왔던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자진사퇴 형식을 취했다.
친윤계에서는 당초 윤 대통령이 22일 아랍에미리트(UAE)ㆍ스위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 나 전 의원의 거취 문제를 결론 내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복수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까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순방 전에는 나 전 의원 거취 문제가 결론 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친윤계 저격 글이 분위기를 급변시켰다. 나 전 의원은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드린다”며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썼다. 해당 글은 윤 대통령이 해임 결단을 내리는 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한 인사는 “나 전 의원의 글에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의 해임으로 나 전 의원은 사실상 ‘반윤’으로 낙인찍힌 모양새다.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가장 위하는 척하는 위선적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며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고 썼다. 장 의원은 “대통령을 저격”, “반윤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 “전형적인 약자 코스프레”,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며 날 선 말을 쏟아 냈다.
당권 도전을 고심하며 잠행에 들어간 나 전 의원은 이날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를 찾았다. 구인사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두 차례 찾아 “상생과 화합의 지혜를 발휘해 국민통합의 정치를 펴겠다”고 다짐했던 곳이다. 윤 대통령이 앞서간 길을 되밟는 것으로 전대 출마 문제로 틈이 생긴 ‘윤심’과의 거리를 메우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날 확인된 윤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저출산·기후 위기 정책 모두 대통령이 국정 우선순위에 놓은 분야인데 대통령이 볼 때 (나 전 의원은) 계속 딴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며 "대통령은 이미 기회를 여러 번 줬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공직보다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는 모습을 마뜩잖게 보고 해임이라는 '최고 수위' 결단을 내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큰 잡음이나 불편한 기색 없이 나 전 의원의 사표를 수리하면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던 관측도 힘을 잃게 됐다.
나 전 의원 측은 대통령실의 해임 발표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출마 수순을 밟기도 했다. 한편으론 전대 출마 문제를 놓고 윤 대통령의 뜻에 반해 대통령실 일부 참모와 친윤계가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나 전 의원이 전대에 나서더라도 윤 대통령과 직접 대립하는 모양새는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마저 나 전 의원에게 등을 돌리자 전대 출마 동력이 급격히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동안 침묵하던 나 전 의원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며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나 전 의원이 백의종군의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으나, 나 전 의원 측 좌장 격인 박종희 전 의원은 "'정치인 나경원'으로서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전 의원은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전대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윤계에서도 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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