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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5개 자치구 부서에서 사라진 이름

입력
2023.01.15 19:00
25면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중앙정부의 여성가족부 기능 이관 방침과 맞물려 서울시 주요 자치구 역시 관련 사업을 책임지던 부서의 명칭을 잇따라 변경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앙정부의 여성가족부 기능 이관 방침과 맞물려 서울시 주요 자치구 역시 관련 사업을 책임지던 부서의 명칭을 잇따라 변경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성 성차별에 둔감한 정부·여당의 분위기
서울시 25개 자치구 관련 부서 명칭도 변경
성평등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 지켜내야

여성가족부 폐지를 두고 여야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 여가부를 폐지하고 청소년, 가족, 양성 평등, 여성 권익 증진 등 대부분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고 여성 고용 기능은 고용노동부로 옮기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최근 "여가부가 존속해야 하는 것과 양성 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등가는 아니다"라며 성평등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해도 여가부를 폐지하는 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노동 시장에서의 성별 격차가 있다고 말한다. "여성은 노동력 감소 시대에 대응하는 중요한 축"이며 "일과 가정 균형을 맞추고 직장 문화도 바꾸고 임금 격차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문제는 정부의 인식이 김 장관의 생각과도 다르단 점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에서는 성차별이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옛날에는 차별이 있었기 때문에 여가부의 필요성을 공감했지만 지금에서야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여성이 차별받는 일은 없다."(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그런데 이 기조가 생각보다 빠르게 일상과 가까운 지역 단위까지 스며들고 있다. 2023년 지자체 행정 부서에서 여성이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8개 부서가 여성 정책 담당 부서의 이름을 바꿨다. 국회에서 여가부 폐지에 대한 논의가 합의점을 이루지 못하는 동안에도 말이다.

종로구는 어르신여성과를 어르신가족과로, 중구는 여성보육과를 가족정책과로, 도봉구와 서대문구, 강남구, 금천구는 여성가족과를 가족정책과로 바꿨다. 마포구는 여성가족과를 가족행복지원과로, 구로구는 여성정책과를 가족보육과로 바꿨다. 여성 정책이 인구 정책으로 수렴되지 않을 거라는 정부의 말과는 다르게 여성 정책을 가족 정책에 포함하는 경향은 더 강해졌다.

물론 부서 명칭 변경만으로 관련 정책이나 예산이 축소될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부서 명에서 여성을 삭제한 서울시 도봉구, 마포구, 서대문구는 올해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된 사실을 홍보했다. 이들 자치구는 앞으로도 성평등 정책 추진 기반을 만들고, 여성의 경제 및 사회 참여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성평등 정책은 노동 정책이기도 하고, 인구 정책이기도 하고, 경제 정책이기도 하다. 특정 부서가 아니라 전체 부서에서 가져가야 할 하나의 관점이라고 말하는 건 일견 타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장관이 없는 상태에서 여성 고용이나 성평등 문제가 주변부로 흩어지지 않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사람은 누구이고, 어떠한 시스템을 통해 지켜질까?

김현숙 장관의 말처럼 여성 고용은 전체 노동 시장을 설계하는 관점에 반영돼야 하는 근간인데 노동 개혁을 약속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노동부 운영 기조에 반영돼 있을까? 인구나 노동 정책에 수렴되지 않는 스토킹 살해 등의 범죄에 대해 경찰 수사나 사법 체계에 관해 권한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또 누구일까?

'시대에 맞지 않게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표현이나, '중복되는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결한다'는 이유를 빼고 여가부 폐지로 인한 우려들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에 대한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로서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사실은 여성이 부서 명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이 모든 논의가 대통령이 후보자 기간 동안 SNS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계속 우려로 떠오르는 이유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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