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이 험난하다. 북한은 대화를 단절한 채 핵무장에 골몰해 있고, 중간선거를 마친 미국과 '시진핑 3기' 중국은 전략 대결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한미일 공조 강화로 북한 도발을 억제하면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문제는 돌아가는 상황이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일제 패망 이래 평화주의 원칙을 버리고 '반격 능력' 보유를 천명한 일본은 미국과 더욱 밀착하고 있다. 11~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외교·국방장관 회담과 정상회담을 잇따라 개최한 양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주일미군을 개편하고 군사동맹 범위를 우주로 확장하기로 합의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앞서 주요 7개국(G7)을 순방하며 영국과 '상호파병 협정'을 맺는 등 군사적 외연을 넓혔다. 북중 위협을 앞세운 일본의 재무장 행보는 일본군이 한반도에 개입하거나 한국이 대만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한미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발언으로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는 12일 일제히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 아래 한국에 확장억제 강화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흔들 수 있는 한국의 핵무장에 미국이 반대 입장을 재차 피력한 것인데, 자칫 한미동맹 균열로 비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중국은 자국민에 대한 입국 방역을 강화한 20여 개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만 콕 집어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그러면서 미국과는 항공편을 정상화하고 호주산 석탄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중국이 강온 양면 전략으로 상대 진영의 분열을 노린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은 '한미일 대 북중러'로 요약될 수 없는 우리 현실의 복합성을 보여준다. 공조 관계라 해도 북핵 위협의 체감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 과거사 문제 등에서 한국은 미일과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다. 냉철한 상황 인식,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외교안보 당국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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