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석 잔 이상 술 마시는 중년 남성, ‘당뇨병 전 단계’ 위험 2배

한국일보 자료사진

알코올을 하루 30g 이상 마시는 중년 남성은 당뇨병의 ‘예고편’인 ‘공복(空腹) 혈당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2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술 한 잔당 알코올 함량이 대략 10g임을 고려할 때 하루 석 잔 이상 음주하는 사람의 당뇨병 발생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부산 영도병원 김지현 박사 연구팀이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40ㆍ50대 중년 남성 2,71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40, 50대 한국 성인 남성의 음주 섭취량과 공복 혈당과의 관계: 제7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8년))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 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을 비음주 그룹, 저음주 그룹(하루 알코올 섭취량 1∼10g), 중 음주 그룹(11∼30g), 고음주 그룹(30g 초과) 등 네 그룹으로 분류했다.

중년 남성은 저음주 그룹 비율이 31.9%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중음주 그룹(27.0%)ㆍ비음주 그룹(24.2%)ㆍ고음주 그룹(16.9%) 순이었다.

연구팀은 중년 남성에게 8시간 금식하도록 주문한 뒤 채혈해 공복 혈당을 쟀다. 공복 혈당이 dL당 100㎎ 미만이면 정상 혈당, 100∼125㎎이면 공복 혈당 장애로 구분했다.

고음주 그룹 남성의 공복혈당장애 비율은 비음주 그룹 남성의 두 배였다.

김지현 박사는 “40ㆍ50대 중년 남성의 공복 혈당은 음주 섭취량과 연관성을 가지며, 특히 하루 평균 30g을 초과하는 알코올 섭취는 공복 혈당 장애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라고 했다.

그는 따라서 “중년 남성의 과음을 피하고 음주를 절제하는 습관이 공복 혈당 장애 발생 위험을 낮추고 당뇨병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적당한 음주는 체내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혈당 조절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등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반면 과음은 말초신경에서 인슐린 수용체와 결합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만성적인 음주는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합성과 분비 기능을 손상해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음주와 공복혈당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해외 연구에선, 대체로 하루 평균 음주량이 2잔 이상인 사람이 이보다 적게 마시는 사람보다 평균 공복 혈당이 높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