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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 도발에서 배워야 할 교훈

입력
2023.01.16 00:00
26면

1,000만원으로 제작 가능한 싸구려 무인기
고비용 대응 유발, 북의 가성비 높은 도발
우리 군의 혼선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북한 무인기 여러 대가 지난달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수시간 동안 침범한 가운데, 대응 출격에 나선 공군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북한 무인기 여러 대가 지난달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수시간 동안 침범한 가운데, 대응 출격에 나선 공군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가서 무인기 제작비용을 물으니 최저가로 조립하면 1,000만 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한다. 엔진, 카메라와 민간 위성항법장치(GPS) 등 조잡하기는 하지만 중국산 부품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용산 대통령실 비행금지구역까지 침투하니 북한 무인기의 가성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염가의 무인기에 영공이 뚫렸으니 황당하기는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쟁이란 게 그런 것이다. 무인기가 남측 내부에서 군을 질타하고 남남갈등의 소재가 되어 자중지란으로 비화하는 것은 평양을 돕는 길이다. 우선 냉정하게 북한의 의도를 살펴보고 외양간을 고치는 대책을 세워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지난해 12월 18일 북한이 실시한 정찰위성 시험 결과를 둘러싼 남북한 간의 갈등이 단초였다. 북한은 경사 궤도로 830초 동안 비행하며 촬영한 서울 도심과 인천 항구에 대한 정찰위성 사진이 수준 미달이라고 남측에서 평가절하한 데 발끈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비속어로 남측을 비난하더니 마지막에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는 반응을 보인 지 일주일 만에 무인기로 서울 영공을 침범했다. 남측의 정찰위성 사진에 대한 과소평가를 무인기 5대로 확실하게 날려 보냈다.

다음은 입체적 도발의 예고편이다. 사이버 해킹으로 미사일 개발자금 조달을 시도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여전히 돈 문제로 한계가 있다. 무조건 강공 전략 대신에 가끔은 번트 전략으로 득점을 올리는 입체적 전술 개발이 불가피하다. 북한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을 채택하며 무력과 관련한 5대 핵심과제를 공개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 △정찰위성 △핵추진 잠수함 및 수중발사 전략 핵무기 이외에 마지막이 △무인정찰기 개발이다. 5가지 중에서 가장 저렴한 과제가 무인기다.

마지막으로 남북대치 상황의 새로운 프레임 구축 전략이다. 평양 입장에서는 적에게 주는 공포감의 위력에 관심이 크다. 대남 위협에서 미사일과 핵무기의 하드웨어 공격도 필요하지만 무인기 공격의 소프트웨어도 필수적이다. 킬러용과 자폭용으로 구분되는 무인기는 앞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으로 더욱 진화할 것이다. 북한의 저비용 도발에 남측은 고비용으로 대응해 평양 입장에서는 무인기를 가성비가 높았던 도발로 평가할 것이다.

투자 대비 효과의 가성비가 높아 AI 시대에 대세인 드론 무기화 전략은 21세기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군사 트렌드다. 윤석열 대통령 지적대로 드론은 "군사적 가치보다는 민심을 교란해 우리의 국가적 시스템 작동을 방해하기 위한 일종의 '소프트 테러'"다.

현재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이 지나치게 기술지상주의를 강조한다는 지적이 있으나 무인기를 잡지 못하는 이상 신기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적 트렌드를 이해하는 군 수뇌부의 유연한 사고와 첨단 기술에 대한 절대적인 이해가 필요한 시대다.

평소 땀을 흘려 훈련하지 않으면 실제 전투에서 피를 흘린다는 손자병법의 교훈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군의 지휘관들은 명심해야 한다. 무인기 잡으러 출격했던 전투기가 추락하고 미사일이 낙탄되는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평화가 70년 이상 지속되면서 군 안팎에서 무너져 버린 상무(尙武)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무인기든 전투기 등 군이 평소 훈련하지 않으면 고가의 첨단무기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대통령의 지적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 무인기가 군의 대응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면 연말연시 대북 안보에서 나타난 혼선은 입에 쓴 약이 될 수 있다. 소를 잃고 나서는 반드시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외양간 주인이 다치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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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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