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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고통을 나눌 누군가가 있나요" 정신과 의사 9인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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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코끝이 시큰해졌다. 꽤 많이 울었다.
아홉 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함께 수기집을 썼다.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라는 제목. 청년정신건강센터, 자살예방센터, 국군수도병원 등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모였다. 감히 헤아리기 어려운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손을 내민 의사들이다. 그런데도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는 길 위에는 의사도 환자도 없다. 이 고통의 시간을 함께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돕는 사람과 사람의 동행이 있을 뿐이다”(정찬승 전문의)라고 고개를 숙인다.
그 품격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도리가 없는데, 이야기 자체의 흡인력도 굉장하다. 김은영 전문의는 서울대 정신건강센터에서 학생을 진료한다. 불안한 눈빛으로 “더 이상 열심히 살기 싫어서 차라리 죽고 싶어요” “정말요? 정말 쉬어도 돼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감싸 안은 경험을 전한다. 정찬승 전문의도 가슴을 울린다. 유서도 남기지 않고 훌쩍 세상을 떠난 아들, 그를 이해하려 분투하는 유가족의 사연을 담담히 풀어냈다.
이들이 사용하는 건 오랜 숙고에서 나온, 공감의 언어다. 천영훈 전문의는 대한민국에서 교도소를 가장 많이 드나든 의사 중 한 명. 마약중독자의 회복을 돕고 있다. 그의 친척도 아편계 진통제에 중독돼 사망했다. “누군가는 감당하기 힘든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물을 선택한다. 그분들이 벗어날 수 없는 끔찍한 고통 속에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 왔는지 이제 이해하게 됐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말한다. “선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 쓰디쓴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치열하게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다. 그들이 자신 안에서 보석 같은 회복력을 발휘하기를, 기꺼이 고통을 나눌 누군가와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기꺼이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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