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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연장 논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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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적립기금이 예상보다 이른 2057년 소진된다는 전망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해진 탓이다. 벌써부터 보험료 인상하고 수급연령을 67세로 늦추며 의무가입 연령을 늘리는 등 납입자를 압박하는 방안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국민 노후생활의 최후 보루인 연금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선 환영하지만, 선후가 바뀌었다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다. 어렵게 내놓은 해결책이 기금운용 수익성을 높이겠다거나 공무원, 사학, 군인 등의 다른 연금처럼 적자 보전을 세금으로 하겠다는 게 아닌 더 오래 내고 늦게 받으라는 식이다. 연금을 내기 위한 벌이를 어찌할지에 대한 혜안을 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정책 입안자들은 국민 상당수가 연금을 낼 처지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정년은 7년 전부터 55세에서 60세로 연장됐지만, 근로자들은 명예퇴직,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으로 이보다 앞서 회사를 떠나는 실정이다. 정년연장이 고용보장으로 이어지지 않아 실질적으로 연금 납입이 힘들다. 특히 정년과 연금수령 연령(63~65세) 차이가 지금보다 더 벌어지게 되면 소득공백이 7년 이상 발생해 생활조차 어렵게 된다.
최근 통계청 조사를 보면 이런 불합리적인 환경이 더욱 많이 벌어지고 있다. 평생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49세에 불과한 것이다. 퇴직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40대 초반 퇴직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근속연수에 맞춰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조기 퇴직의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사실 고령자들의 일자리 유지는, 생산연령 인구 감소로 필수인 시대가 됐다. 사회에서 인식하는 노인에 대한 연령도 매년 늦춰져 고령자 근무를 더 이상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나 실질적 고용연장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을 2016년 말에 내놓으면서 노인 기준을 재정립하겠다고 했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홍남기 부총리를 중심으로 고용연장 논의가 시도됐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접었다.
노인들에게 주어진 각종 복지지출을 줄이기 위한 행보였기에, 고령층의 반발을 피할 수가 없었다. 또 중장년층 고용증가는 일자리 감소로 연결된다는 청년층의 저항, 그리고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읍소도 거셌다.
고용연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연금을 내기 위해서라도 악화된 일자리에 재취업해야 한다. 그럴 경우 삶의 질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태껏 금기시한 고용연장 논의를 연금개혁과 동시에 해야 하는 이유다.
모두 만족할 수 없는 고용연장 카드는 소득을 보장하고 노후를 사회보장제도가 뒷받침한다는 복지국가 원칙에 부합한다. 그러기 위해선 고용 유연성 확대뿐만 아니라 임금체계를 성과 직무형으로 개편해 기업 부담을 낮춰야 하고, 청년 일자리와 별개의 일자리를 설계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노사정 간 진솔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 이런 노력 없는 국민연금 개혁은, 강제로 징수하는 또 다른 세금을 만드는 작업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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