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앙에 '초대형 토목 건축'으로 맞서는 인류는 똑똑한가, 멍청한가?

입력
2023.01.13 04:30
수정
2023.01.13 13:41
2면

'기후 멸종' 피하기 위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
①덴마크, 물난리 막을 초대형 인공반도
②몰디브, 거대한 친환경 수상 도시
③태국, 빗물 저장 공원과 옥상 농장

몰디브의 수도 말레 앞 바다에 떠오를 수상 도시의 예상 전경. 2027년 완공 예정이다. Waterstudio 홈페이지 캡처

폭염이 닥치고, 빙하가 녹고, 홍수가 터진다. 기후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국가가 흔들리는 ‘기후 재앙’의 시대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유엔 재난위험감축국(UNDRR)은 2030년엔 대형 기후 재난이 하루 최소 1.5건씩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연의 분노 앞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구가 스스로를 치유하기를 기다리기 전에 당장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힌트는 ‘노아의 방주’에 있다. 초대형 건축과 토목을 통해 극한 기후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바다로부터 구하소서”... 항구도시 코펜하겐 지켜줄 인공반도

207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인공반도 '리넷홀름'의 청사진. 건축사 Tredje Natur 홈페이지 캡처

최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인공반도(대륙에서 바다로 돌출해 3개 면이 강이나 바다에 둘러싸인 육지) ‘리넷홀름’ 착공식이 열렸다. 축구장 약 370개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반도 위에 3만 5,000가구 수용이 가능하다. 약 26억 유로(약 3조5,000억 원)가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완공까지 50년이 걸린다.

코펜하겐엔 운하가 길게 가로지르고 있어 물난리에 취약하다.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운하의 범람이 예상되자 2020년 정부가 방파제 역할을 할 인공반도 건설을 구상했다. 해일을 막기 위해 반도에 댐을 짓고, 가장자리엔 인공 해안선을 만들어 파도 에너지를 흡수하고 분산시키기로 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 올레 슈뢰데르는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높낮이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구조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 앞바다 인공군도를 설치하는 것도 방파제 역할 보강을 위해서다. 2018년엔 ‘CPH-Ø1’이라는 이름의 첫 번째 섬이 완성됐다.

코펜하겐 앞바다에 방파제 역할을 할 인공군도가 완성됐을 때의 예상 모습. 건축회사 MAST 홈페이지 캡처


◇“기후 난민에서 기후 혁신가로”... 몰디브 해안엔 수상도시

몰디브를 이루는 섬의 약 80%는 100년 안에 상승한 해수면에 잠길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계에서 지표면이 가장 낮은 나라’ 몰디브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몰디브를 구성하는 1,190개 섬 중 약 80%가 해발 1미터 아래에 있다. 과학자들의 예상대로 2100년 해수면이 1m 이상 올라가면 국토 대부분이 물에 잠기게 된다.

몰디브 정부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떠오르길 택했다. 혁신적인 수상 도시 건설을 통해서다. 수도 말레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몰디브 플로팅 시티(Maldives Floating City)’가 2027년 완공된다. 해저에서 서로 강철로 연결된 약 5,000개의 '부유 구조물'을 띄우는 프로젝트다.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고, 주택, 상점, 학교도 들어선다.

도시는 친환경적으로 설계됐다. 내리쬐는 인도양 태양열로 전기를 만들고, 하수는 식물의 거름으로 쓴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대신 심해에서 냉수를 끌어올려 열기를 식힌다.


2027년 완공될 몰디브 플로팅 시티의 예상 모습. 출처 Waterstudio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워터스튜디오’가 프로젝트를 맡았다. 20년간 수상 농장·공원 등 전 세계적으로 300개 이상의 수상 시설을 만든 경험이 있다. 설립자 코엔 올투이스는 CNN 방송 인터뷰에서 “수상 도시는 이상기후로 가라앉는 나라와 섬들에 새로운 희망”이라며 “몰디브인들은 기후 난민에서 기후 혁신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빗물 모아 ‘물과의 공존’ 꿈꾸는 ‘홍수의 도시’ 방콕

물에 취약한 나라 태국도 토목과 건축으로 기후 위기와 싸우고 있다. 수도 방콕은 삼각주 저지대에 있는 데다 평균 해발이 1.5m에 불과해 우기(8월~11월)마다 수해가 발생한다. 2011년엔 하루에 40억 톤의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2017년 완공된 방콕 출라롱콘 대학 센테니얼 공원. 땅 밑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물탱크가 마련돼 있다. Landprocess 홈페이지 캡처

태국의 건축가인 코차콘 보라콤은 2011년을 전환점으로 삼았다. 그는 “홍수, 해수면 상승, 극심한 가뭄이 매년 악화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건축으로 고향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은 2017년 완공된 방콕 출라롱콘 대학 캠퍼스의 센테니얼 공원이다. 정원 경사를 타고 흐른 빗물은 인공 습지와 1,800톤 규모의 저류 연못에 모인다. 공원 바닥에는 600톤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여분의 물탱크가 있다. 최대 3,800톤의 물을 저장했다가 가뭄에 대응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옥상 농장인 시암그린스카이. 저장한 빗물로 작물을 재배하고, 건물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쓰는 '순환 구조'를 갖췄다. Landprocess 홈페이지 캡처

또 다른 작품인 시암그린스카이 역시 물과의 공존을 위해 만들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옥상 농장으로, 태국의 계단식 논을 닮았다. 노출되는 토양 면적을 넓혀 빗물을 저장한다. 이 구조물의 핵심은 ‘순환’이다. 모인 빗물은 채소, 허브, 과일, 쌀을 재배하는 데 사용하고, 옥상 밑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식물 비료로 사용한다.

"기후변화에 또 다른 개발로 대응?"...회의론도

무분별한 개발로 기후 변화를 초래한 인류가 그 기후 변화에 또 다른 개발로 대응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토목과 건축이 장기적으로는 환경을 더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친환경 설계를 해도 "자연의 원리를 인공적으로 바꾸는 인공 구조물"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흙 8,000만 톤을 바다에 매립해 만드는 덴마크의 리넷홀름은 발트해 염분 균형을 깨 해양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준공이 확정된 2021년 덴마크 기후 단체가 유럽의회에 덴마크 정부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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