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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제작사만 실리 챙기는 군대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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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 세계에 불고 있는 K컬처가 한때의 바람으로 그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문화의 부흥을 원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는 K컬처라는 흐름이 백인-영어 중심의 획일적인 문화적 세계화의 방향성을 바꾸면서 보다 다양한 문화들이 사람들에게 향유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의 부흥은 어디에서 올까. 투자와 지원도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우선돼야 할 부분은 예술가들에 대한 간섭 배제와 자유 보장이다. 자유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자본이 투여된다 하더라도 매력적이고 수준 높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는 사실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런 맥락에서 군대 뮤지컬이라는 관행은 문제적이다. 군대 뮤지컬은 군대에서 제작비 일부와 연예인 출신 병사들을 지원하면 제작사가 만드는 것인데, 이는 수익률이 보장돼 있는 장사다. 연예인 출신 병사들에게는 인건비가 지급되지 않고, 동시에 그들의 팬덤 덕분에 흥행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군대 뮤지컬 수익금의 대부분은 민간 제작사 측에서 가져간다. 게다가 이렇게 땅 짚고 헤엄치기 수준의 군대 뮤지컬을 제작하는 제작사는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결정되고 있다고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심지어 뮤지컬 티켓 판매에 포토카드와 굿즈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군대 뮤지컬은 명백히 팬덤 장사인데, 그렇다면 군대 뮤지컬은 연예인 팬덤을 대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이 된다. 군대가 군대 뮤지컬이라는 제도를 통해 연예인 팬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니, 따져 보면 굉장히 이상하다.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경우 그것이 홍보 목적이건 뭐건 간에 공익적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군대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은 연예인 출신 병사들도 존재할 수 있다. 개개인의 마음에 대해 타인이 미리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리한 일정으로 공연을 강행해서 머리에 부상을 당하고도 무대에 올라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가수들의 경우 기존 발성과 뮤지컬 발성이 달라서 성대결절이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군에서는 뮤지컬 출연 여부는 연예인 출신 병사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철저한 계급 사회인 군대 조직에서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말은 공허하다. 이는 병사들에 대한 인권 침해로 항상 문제가 되고 있는 군대에서 연예인 출신 병사들이 출신을 근거로 하는 특수한 방식으로 인권 침해를 겪는 장면에 가깝다.
국가도, 아티스트도, 군대를 위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군대 뮤지컬이라는 제도 혹은 관행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티스트를 보호해주거나 아티스트의 예술적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홍보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군대 뮤지컬이 절차상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그 존재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홍보 효과나 수익도 거의 내지 못하지만, 연예인 병사와 팬덤을 착취해 민간 제작사의 지갑을 채워주는 말도 안 되는 제도에 불과하다.
이런 불투명하고 의문스러운 제도는 단지 군대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대중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계속된다면, K컬처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방부가 적어도 새로운 문화적 흐름의 발목을 잡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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