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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 파크골프장, 예약시스템에 '웃고' 유료화에 '울고'

입력
2023.01.12 18: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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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회비, 시간 독점, 이용객 쏠림 심화
대구시, 3일부터 1곳에 예약시스템 도입
구미시, 유료화 조례 통과 후 시행 1년 지연
홍준표 대구시장, 유료화 검토 중단 지시
유료화 반대 경북도 "공급 확대만이 해결책"

사전예약제가 시범 도입된 대구 불로파크골프장 전경. 대구시 제공

사전예약제가 시범 도입된 대구 불로파크골프장 전경. 대구시 제공

전국 파크골프장들이 특정 클럽의 회비 징수와 운동시간 독점, 황금시간대 이용객 쏠림현상에 따른 비효율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온라인 예약시스템 도입과 유료화 등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주 이용 계층인 고령층의 예약시스템 적응 미숙과 유료화 적절성 논란 문제로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7대 대도시 중 파크골프장과 이용객이 가장 많은 대구는 지난 3일부터 동구 불로파크골프장에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대구보다 큰 서울과 부산의 파크골프장이 각각 11개, 14개지만 대구는 총 513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25개가 있고, 등록회원 1만8,689명에 동호인만 4만 명 수준이다. 대구시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등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현장 및 전화 예약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이용객들 60% 정도는 새 예약시스템에 적응하고 있다. 27홀 규모의 불로파크골프장은 하루 4차례 이용시간대 중 1번만 예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기존 하루 350명 정도의 이용자가 450명으로 100명 정도 증가했다. 이용객 수도 더 늘어난 셈이다. 다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일부 이용객들의 불편과 예약 후 별다른 통보 없이 골프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 이용객들로 인한 고충도 여전하다. 대구시 관계자는 12일 "예약시스템이 정착되면 파크골프협회 측과 협의를 거쳐 대구 전 파크골프장에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북의 한 파크골프장에서 동호인들이 티샷을 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경북의 한 파크골프장에서 동호인들이 티샷을 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경북 기초단체 중 가장 많은 8개(252홀) 파크골프장을 운영 중인 구미시는 2021년 12월 선제적으로 '구미시 낙동강 파크골프장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개인은 평일 8,000원, 주말·공휴일 1만 원, 월회비 6만 원, 연회비 30만 원의 사용료를 내면 이용이 가능하고, 구미 시민은 50%, 65세 이상 경로우대자와 국가유공자는 40% 할인 혜택을 추가로 정했다.

하지만 구미시는 1년 동안 유료화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유료화에 필요한 사무실 설치에 필수적인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인 복지 차원에서 국비까지 들여 세운 파크골프장을 유료화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뒤따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1일 간부회의에서 올 상반기 파크골프장 유료화 타당성 용역 추진 보고를 받고 "최근 파크골프를 즐기는 노인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노인복지 일환인 파크골프장을 유료화해서는 안 된다"며 유료화 검토 중단 지시를 내렸다.

대구 수성파크골프장 전경. 대구시 제공

대구 수성파크골프장 전경. 대구시 제공

울릉도를 제외한 22개 시군에 파크골프장 53개(1,233홀)를 운영 중인 경북도도 유료화에 부정적이다. 도는 유료화 대신 올해 13개(243홀) 파크골프장을 증설하는 등 공급 확대 정책으로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윤용득 대구시 생활체육팀장은 "예약제 실시 후 특정 시간대에 이용객이 몰리는 쏠림 현상도 사라졌고, 많은 노인들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며 "파크골프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부작용을 줄이는 대책을 동시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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