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이 사라졌다] 숫자로 본 목욕탕의 흥망성쇠
한국 대중목욕탕의 '최전성기'는 2003년이었다. 당시 전국엔 1만 개에 가까운 목욕탕(9,919개)이 성업 중이었는데, 그때 인구(4,800만명)를 감안하면 4,800명 당 1곳의 목욕탕이 존재했던 셈이다. 그만큼 동네마다 흔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쯤은 찾는 시설이었다. 그래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목욕탕은 자영업 중 상당히 규모가 큰 업종이었고, 매출도 높아서 목욕탕 주인은 동네 유지(有志)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2004년부터 개업보다 폐업 수가 많아지면서 목욕탕 수가 감소했다. 순감 현상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작년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기준 목욕탕은 6,012곳. 20년 만에 4,000개가 사라진 것이다.
국내 첫 목욕탕은 부산 금정탕
한국일보가 18일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 중 '전국 목욕장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전쟁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았거나 영업을 신고한 적이 있는 목욕탕 수는 총 1만 7,293곳(폐업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동탕 △사우나가 합쳐진 찜질방 △관광호텔 사우나 △한증막 등 행안부가 '목욕장업'으로 분류한 모든 형태의 목욕탕을 합한 수치다.
이 자료에 따르면 행정당국이 개업을 허용한 최초의 목욕탕은 부산 동래구의 '금정탕'이었다. 1954년 1월 31일 인허가를 받은 이 목욕탕은 2013년 1월 폐업했다.
1954년 3곳의 인허가를 시작으로 목욕탕은 전국 곳곳에서 문을 열었다. 이후 2003년까지 49년 간 개업한 목욕탕은 1만 2,604개. 연평균 263개씩 증가했다. 하루나 이틀에 한 개 꼴로 어디선가 새 목욕탕이 생겨난 셈이다.
특히 2003년 개업한 목욕탕 수는 1,442개에 달해 최고 기록을 찍었다. 당시 영업 중이던 전국의 목욕탕 수 역시 9,919개로 전례 없이 많았다. 가히 목욕탕의 '극성기'로 부를 수 있는 해였다.
2004년부터 계속 내리막길
목욕탕의 몰락은 이듬해부터 시작됐다. 2004년 639곳이 문을 연 반면, 725곳이 문을 닫아 처음으로 폐업 수가 개업 수를 추월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국목욕업중앙회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은 찜질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업체간 경쟁도 심했던 시기"라며 "이에 따라 2000년대 중반부터 경쟁에서 밀려 폐업하는 목욕탕이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몸 씻는 행위의 주된 양태가 '탕욕'에서 '샤워'로 바뀌는 현상이 겹치며 목욕탕 수 감소세는 가팔라졌다. 2008년 8,795개로 9,000개 선이 무너졌고 5년 뒤인 2013년엔 8,000개 밑으로 떨어졌다. 2018년엔 7,000개 미만으로 줄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목욕탕 감소세에 한몫 했다. 팬데믹 기간으로 분류하는 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 간 전국에서 730개의 목욕탕이 사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 중인 목욕탕 수는 전국 6,012개. 결국 1954년 이후 생겨난 모든 목욕탕 중 34.8%만 남았다. 17개 광역 지자체 중 폐업 목욕탕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로 작년까지 인허가 또는 신고한 3,885개 중 704개만 남았다. 폐업률 81.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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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청계천 배달하며 품었던 목욕탕의 꿈, 이제 놓아주려 합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1116070002790
②목욕업 최전성기는 2003년... 통계로 본 대중탕 흥망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1115240002597
③망해도 폐업 못하는 목욕탕의 속사정… "철거비만 수천만원"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1611240004703
④때 밀어 떼돈 벌던 시절이 있었다... 영광의 세월 지나온 세신사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1611170002245
⑤공중위생 덕에 흥한 목욕탕 '팬데믹 위생' 탓에 사라진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161713000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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