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아닌 겨드랑 절제 '바바 로봇 갑상선 절제술'… 5세 환자에게 성공

입력
2023.01.11 15:26
수정
2023.01.11 16:22
구독

분당서울대병원, 세계 첫 어린이 환자에게 '로봇 갑상선 수술'

갑상선 3차원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갑상선 3차원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로봇 갑상선 절제술’을 국내 의료진이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

어린이 환자 대상으로 한 이 수술을 시행하는 건 어른보다 어렵지만 목 부위를 절제하는 기존 수술보다 부작용이 줄어드는 등 장점이 있다.

최준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팀(유형원 교수, 김우철·이자경 전임의)은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그레이브스병(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고 있는 5세 여자 어린이에게 ‘바바(BABA) 로봇 갑상선 절제술’을 성공리에 시행했다.

이 수술은 유륜(젖꼭지 주변 거무스름한 부분)과 겨드랑이에 1㎝ 미만의 작은 절개창을 만들어 갑상선을 절제하는 수술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2008년 세계 최초로 이 수술을 시행했는데, 목에 흉터가 남지 않고 수술 후 출혈ㆍ목소리 변화ㆍ유착ㆍ부갑상선 기능 저하 등 부작용이 적다는 사실이 입증돼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다만 어린이 환자는 체구가 작아 로봇 수술이 쉽지 않다. 로봇 수술은 절개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시행한다. 로봇 팔이 수술 부위에서 자유롭게 회전하거나 각도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는 몸집이 작아 로봇 팔이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갑상선 절제술을 시행할 땐 눈에 띄는 흉터가 남더라도 목 앞 부위를 절개하는 방식으로 수술한다.

최준영 교수팀은 18㎏에 불과한 5살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 갑상선 수술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기존 상식의 틀을 깼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이번 수술을 감행한 이유는 어린이 신체 구조나 신경 형태 등이 어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숙련도만 있다면 피판(皮瓣ㆍskin flapㆍ수술하기 위해 떼내야 하는 피부 부위) 범위를 넓히지 않고도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린이 대상 로봇 갑상선 절제술이 가진 장점도 있다. 로봇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부갑상선 조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 수술할 때 해당 조직을 보존하기 쉽다.

부갑상선은 혈중 칼슘 수치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수술 중 이 부위가 손상되면 어린이 환자에게 손발 저림ㆍ근육 마비ㆍ성장장애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최준영 교수는 목에 큰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미용적 측면, 목소리 변형이나 부갑상선 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낮다는 점도 어린 환자의 성장 과정에 중요한 부분으로 보았다.

이번 수술 사례는 국제 학술지 ‘두경부(Head and Neck)’에 최근 실렸다.

최준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최준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