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여 명의 6·25전쟁 미군 전사자 명단을 새긴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 '추모의벽'에서 무더기 기재 오류가 드러났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름 철자가 틀린 경우만 1,015건에 달한다. 또 전사자 500명가량이 명단에서 누락됐고, 6·25전쟁과 무관하게 숨진 군인 245명이 포함됐다. 일단 새기면 수정이 어려운 화강암 조형물인 만큼, 제작에 앞서 전사자 명단을 정확히 확인하는 작업은 기본 중 기본 아닌가. 양국 관계기관들의 무신경과 무책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추모의벽은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상징물로 지난해 7월 미국 수도에 세워졌다. 2016년 10월 미국 상원이 '한국전 추모의벽 건립법'을 제정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은 지 6년 만이었다. 준공식은 한국에서 보훈처장과 국방장관이, 미국에서 부통령 남편이 각각 참석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보낼 만큼 성대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추모의벽이 지닌 상징성은 물론 순직 군인 개개인의 명예에도 누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1차적 책임은 미국 측, 특히 추모의벽 건립을 주도한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과 재단에 부정확한 명단을 제공한 국방부에 있다. 미 국방부는 1950년대 컴퓨터에 전사자 이름을 부정확하게 입력한 이후 명단을 제대로 갱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작년 6·25전쟁 연구자들이 1990년대부터 작성해온 정확한 전사자 명단을 국방부에 제공했는데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2000년 용산 전쟁기념관에 건립된 유엔군 전사자 명비도 오류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보훈처가 건립 비용 301억 원 가운데 294억 원을 지원했고 재작년 5월 착공식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참석할 만큼 제작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미 국방부는 "매우 유감스러운 실수"라며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도 한미 국방부를 통해 명단 검증에 나서겠다고 했다. 모쪼록 빠른 시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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