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가족·사회의 사랑과 훈육으로 건강하게 자란다

입력
2023.01.11 19:00
25면

편집자주

판결은 재판받는 사람에게만 효력이 있지만, 대법원 판결은 모든 법원이 따르는 규범이 된다. 규범화한 판결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판결과 우리 삶의 관계를 얘기해 본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등 소년범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변경 논의는 증오심을 배제한 채 보호소년의 성장을 목표로 진행돼야 한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등 소년범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변경 논의는 증오심을 배제한 채 보호소년의 성장을 목표로 진행돼야 한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대부분 소년 비행 시작점은 무관심한 가정
예상과 달리 형사재판보다 깐깐한 소년재판
형사미성년자 논의에서 증오감 배제해야

최근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소년범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기반하여 제작된 것으로 보였다.

소년법의 목적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통하여 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형법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항들이 여럿 있다. 예를 들면, 형법상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면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을 마시고 소란피우는 것만으로도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또한 만 10세만 넘어도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필자도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을 소년법정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보호소년들이 본격적으로 소년법정에 서는 때는 중학교 1학년부터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학폭이 주로 등장하지만 학폭은 그 비중이 낮고, 절도,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 폭행 등이 가장 많은 원인이다. 그 이유는 보호소년 대부분이 보호자나 학교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면서 반항의 방법으로 또는 생계를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소년심판' 드라마에서 청소년회복센터 센터장은 "집에서 상처받으면 아이들은 자신을 학대해요. 평소에는 안 했을 범죄를 저지르거나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는 식으로. 본인들도 알아요.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하는 거죠. 나를 학대하는 것이 가정에도 상처가 되길 바라면서… 나 좀 봐달라고 나 힘들다고 왜 몰라보냐고… 사실 대부분 비행의 시작점은 가정이거든요"라고 말한다. 소년범 중 상당수는 이런 이유로 범죄행위를 하게 되고 소년판사는 이를 교정하기 위하여 한편으로는 꾸짖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달래기도 한다.

이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소년 범죄도 적지 않고 소년 범죄가 저연령화되고 흉포화되고 있는 것을 여러 통계를 통하여 알 수 있다. 소년법 폐지, 형사미성년 연령 하향 등이 주장되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 모든 논의는 소년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하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보호소년 대부분은 보호력이 없는 가정을 대신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바꿀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 보호소년은 계속 사회에 큰 부담을 주는 성년 범죄자로 남을 위험이 커진다. 사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부담은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보호소년에게는 사랑과 훈계 모두 필요하다. 자신이 나쁜 짓을 했을 때 부모와 사회가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서 넘어가면 품행은 개선되지 않는다. 비행을 저지르고도 기세등등하던 아이들이 소년분류심사원에 3, 4주 있다 오면 정말 많이 변한다. 훈계 후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챙겨주면서 관리하면 아이들은 방황의 시기를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보통 소년재판은 형사재판에 비하여 관대한 처분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중범죄를 저지른 일부 경우에는 그럴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건에서 형사재판에 비하여 관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호관찰 중 행동이 개선되지 않으면 즉시 소년법정으로 다시 불러 보호처분을 변경할 수 있다. 이처럼 국가가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소년의 입장에서는 더욱 성가시고 힘들다.

최근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형사미성년 연령이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 같은 대륙법계인 독일, 일본은 우리와 같이 14세, 프랑스는 13세이고 영미법계는 이보다 낮아서 10~12세이다.

찬반론이 팽팽하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소년범에 대한 증오나 소년법 폐지 논의로 간다면 이는 굉장히 우려스러운 양상이다. 이러한 논의도 보호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주된 목표로 하여 여러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오용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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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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